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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드림 소사이어티' 감성으로 소비자 잡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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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KT 미래사회연구센터 연구원들이 강남교보타워 ‘스튜디오’에 모였다. 한쪽 벽은 물 빠진 수영장 모습이고, 가운데는 젖소 무늬 욕조도 있다. 신인섭 기자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강남교보타워 15층. 평범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회색 타일로 장식된 한쪽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벽에는 쇠파이프 사다리가 붙어 있다. 흡사 수영장 일부분을 떼어 온 것 같은 분위기다. 바로 옆에는 흰색 욕조가 쿠션 의자 6개와 함께 놓여 있다. 소회의실이라고 만들어 놓은 곳은 조그만 초록색 타일로 꾸며져 있다. 천장에는 샤워기까지 달려 있다. 겉모습만 봐선 목욕탕이다. 용도가 모호한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통신회사 KT의 미래사회연구센터 연구원들이다.

미래사회연구센터 팀장을 맡고 있는 이정민(44) 박사는 “본래 사무실은 경기도 분당 정자동의 본사 건물에 있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해 강남에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분야의 사람과 아이디어를 모은다는 차원에서 인테리어 컨셉트도 pool(수영장)과 목욕탕으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스튜디오’로 부르는 이곳으로 일주일에 한두 차례 출근해 회의도 하고 각자의 업무도 처리한다.

KT의 미래사회연구센터는 ‘미래사회를 연구하는 조직’이다. 과거 ‘전화국’에서 한국통신→KT로 이어지면서 남아 있는 공기업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별동대’다.
이 박사는 “과거 정부 조직에서 공기업을 거쳐 이제는 통신뿐 아니라 방송까지 하는 회사로 변신한 만큼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며 “회사 고유 사업인 통신사업 마인드에서 탈피해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2006년 초 미래사회연구센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래사회연구센터가 지난해 초 발간한 미래사회 연구 보고서. 2007년 1년간의 연구 성과물이다.

미래사회의 모든 것이 연구 대상인 만큼 연구원들의 전공도 제각각이다. 팀장인 이 박사는 학부에서는 컴퓨터공학을, 석·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서용석(40) 박사는 세계적 미래학자인 미국 하와이대 제임스 데이터 교수의 제자다. 조한상(38) 과장은 학부에서 예술학을, 석사 과정으로는 뉴미디어 아트를 전공했다. 김성근(39) 과장은 경제학, 이지선(29) 과장은 심리학, 윤진(38) 과장은 국문학, 이현정(28) 과장은 디자인을 공부했다.

첫해인 2006년에는 ‘미래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부터 했다. 서 박사를 제외하고는 미래가 연구 가능한 학문인지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국내외 미래연구 현황을 조사하고 미래연구 방법론을 연구하는 등 ‘소양 쌓기’에 한 해를 다 보냈다.
현실과 달리 회사 임원들의 기대는 컸다. 팀이 만들어진 다음 달부터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점쟁이성’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해에는 “왜 국제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느냐”는 힐난성 질문까지 받아야 했다.

본격적인 미래사회 연구는 2007년 시작했다. 고려대 김문조(사회학) 교수, 연세대 황상민(심리학) 교수, 여성정책연구원 장혜경 박사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미래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1년여 만인 지난해 3월 출간된 ‘한국 사회의 메타트렌드와 신사업 모형’ ‘미래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유형과 핵심가치 탐색’ ‘디지털 시대의 한국 가족과 가족생활’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진행된 연구주제는 ‘감성(感性)’이다. 기존 산업사회를 과학기술과 합리·분석 등의 시각으로 풀어야 한다면, 미래사회 연구는 사람들의 감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서다. ‘정보화시대가 지나면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한 덴마크 출신 미래학자 롤프 옌센의 이론과 ‘창의성과 감성이 주도하는 시대에는 하이터치 능력이 중시될 것’이라고 예측한 대니얼 핑크의 이론이 토대가 됐다.

그래서 만든 것이 젊은 아티스트들의 네트워크인 ‘훌앤풀(ful & pool)’이다. 연극과 음악·디자인·순수미술 등 각 분야 30~40대 작가 150여 명을 모았다. 이들은 수시로 강남교보타워 15층 스튜디오에 모여 아이디어도 나누고 작품활동도 한다.
15층 스튜디오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윤상진 실장은 “훌앤풀 네트워크를 통해 각 분야의 지식을 수렴(convergence)하겠다”며 “창조적인 협력을 통해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는 것이 네트워크의 모토”라고 말했다.

미래사회연구센터의 또 다른 미래작업은 ‘미래연구 네트워크 구축’이다. 학계와 정부·기업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총망라해 함께 토론하고 연구도 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정민 박사는 “미래사회연구센터의 궁극적 목적은 미래 소비자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연구해 그에 맞는 신사업의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사회연구센터의 성과물은 KT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조직인 ‘고객가치혁신센터(CVIC·Customer Value Innovation Center)’의 원천자료로 활용된다. 연구센터의 스튜디오가 있는 강남교보타워 15층이 바로 CIVIC의 사무실이다. 이곳에는 분야별 신사업 연구는 물론 아이디어를 바로 실험적인 사업으로 연결하는 인큐베이팅룸까지 마련돼 있다.

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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