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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 신안 비금도 시금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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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비금도 주민 김춘자씨가 밭에서 수확한 시금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남 목포항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신안군 비금도. 주민들은 일제 강점기부터 겨울철 수확이 끝난 논이나 밭에 시금치를 길러 먹었다. 비닐하우스도 없던 시절이지만 날씨가 추워도 땅이 얼지 않은 데다 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금치 맛이 입소문을 타고 뭍에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늘자 주민들은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상업 재배에 나섰다. 96년부터는 ‘섬초’라는 브랜드로 출하한다.

요즘 비금도는 한겨울이지만 밭마다 초록빛이다. 논도 상당 부분이 시금치 밭으로 변해 있다. 10월 초 씨앗을 심어 11월 하순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수확한다. 겨울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바깥에서 키운다. 비닐하우스 안이나 겨울철이 아닌 계절에 기른 시금치와 외양·맛에서 큰 차이가 난다.

섬초는 추위·바람의 영향을 피해 위로 크지 않고 땅바닥에 붙어 자라 잎들이 옆으로 퍼지고, 가운데는 노란색을 띤다. 그러나 추위·바람·눈·서리를 이겨내려다 보니 잎·줄기가 두껍다. 뜨거운 물에 데쳐도 잘 무르지 않아 아삭하게 씹히는 느낌이 좋다. 신선도도 오래 유지된다. 당도가 높아 무쳐도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

심종섭 신안군 농업기술센터 벤처농업팀장은 “섬초는 갯벌을 일군 토양에서 자라 철분·칼슘·나트륨과 각종 비타민·게르마늄 성분이 많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섬초는 하루 평균 4000상자(15㎏ 기준) 정도 출하된다. 비금도 이웃 섬인 도초도에서도 ‘섬 시금치’라는 이름으로 2000상자가량 나온다. 비금도·도초도 1800여 농가가 약 1200㏊에 시금치를 길러 한겨울철에 모두 18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조상철 신안섬초클러스터사업단 대표는 “ 재래종이다 보니 개량종보다 수확량이 20~30% 적지만 맛은 뛰어나다”고 말했다.

요즘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의 섬초 경락가격은 상품(15㎏ 상자 기준) 3만5천~4만원, 중품이 2만5000원 안팎이다. 비금농협 061-275-5251~4.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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