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리포트>1년앞 내다본 국내정비用 - 프랑스 조기총선 결정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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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21일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 실시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시라크는 이날 오후8시(현지시간) 특별담화를 통해 의회해산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오는 5월25일 조기총선 1차투표 실시를 밝힐 예정이다.

지난 58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다섯번째가 되는 이번 의회해산은 정치적 위기가 없는'정상적'상황에서 단행되는 최초의 의회해산이다.

시라크는 의회해산 명분으로 내년 3월로 예정된 총선과 유럽연합(EU)의 단일통화 우선참여국 결정이 시기적으로 맞물린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독일에 맞서 EU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99년1월로 예정된 유럽단일통화 출범에 프랑스가 1차로 참여해야 하며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조기총선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유럽단일통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축소해야 하는데 프랑스의 올해 재정적자폭은 GDP의 3.8%선에 달할 정도의 상황이어서 시라크로서는 재정의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세수(稅收)확대와 각종 사회복지예산 축소등 인기와는 거리가 먼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업률이 12.8%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같은 부담을 안고 내년 총선에 나갈 경우 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아예 이번에 의회를 해산해 조기총선을 실시해야 보다 유리하다는 것이 시라크의 판단이다.

우파연합은 현재 하원의석 5백77석중 4백77석을 차지하고 있다.

20~30%대까지 떨어진 시라크 대통령이나 알랭 쥐페 총리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와 달리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사회당등 좌파연합은 조기총선을 우파의'실정(失政)자인'이라고 몰아붙이면서 민생의 희생을 강요하면서까지 추진하는 통화단일화는 잘못이라고 우파연합을 공략할 계획이다.

우파연합이 의석의 상당수를 잃더라도 절대과반수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없지는 않지만 시라크 대통령으로서는 유럽통합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국내정치적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힘든 결단을 한 셈이다. [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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