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맥짚기>방귀, 그 황당한 '便' 진곡(上). 참을수 없는 '肉피리'의 가벼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사람은 누구나 방귀를 뀐다.남자이건 여자이건,어른이건 아이건,양반.상놈 누구 할 것 없이 하루에 박카스 세병 분량(2백75㏄)의 방귀를 은밀히,또는 드러내놓고 뀐다.식생활이 건전치 못한 사람이나 환자들의 경우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

해서 심지어 네홉들이 병맥주로 다섯 병(2천7백50㏄)이상 방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이 정도면 치사량은 아니라 해도,주변부 인물들을 일시에 실어증(失語症)이나 무력증,부교감신경장애,혹은 호흡곤란증이 수반되는 홍안증(紅顔症)에 빠뜨

리고도 우수리가 남을 것이다.

인간의 생명활동은 기본적으로 투입과 산출의 순환적 메커니즘이다.누구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투입의 핵심은 음식.물.공기이며,산출의 핵심은 분뇨와 방귀다.이처럼 방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정당

한 평가를 받거나 토론주제로 채택된 일이 없다.고약한 냄새를 수반하기 일쑤일 뿐더러,소리가 자못 황당하고,무엇보다 누구나 꺼림칙하게 여기는 뒤쪽 출구를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압골의 변화와 관계가 있는 대표적인 기상현상이라면 바람을 빼놓을 수 없다.바람은 영어로'wind'다.바람은 세기에 따라 미풍(light air)에서 태풍(hurricane)까지 12개 등급으로 나뉜다.그런데 방귀가 영어로'win

d'라는 사실과,'방귀뀌다'라는 표현은 바람을 가른다는 의미의'break wind'임을 떠올리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그 영향이 비록 국지적이라곤 하지만 엄연한 기압골의 변화이기 때문에 영어 표현은 적확하다.

방귀에도 세기(강도)가 존재한다는 점과,서양에는 놀랍게도 방귀의 세기를 측정하는 고도로 정밀한 기계가 개발되어 있다는 사실은 더 흥미롭다.미항공우주국(NASA)소속의 메더리 박사팀이 개발한 '캐멀러스 방귀등급 척도(Camelus

windscale)'가 그것이다.

여기다가 미항공우주국의 진지한 방귀연구를 거론하면 필시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혹 지하철 같은 데서 황당한 피해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그렇다.완전밀폐된 우주선에서 뀌는 방귀는 냄새도 냄

새지만,방귀의 독특한 성분으로 인하여 예민한 전자장치에 영향을 미치거나 폭발을 일으킬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귀 폭발의 문제가 나오면 우리 민족도 할 이야기가 많다.암울하기만 했던 일제시대,우리나라의 무수한 장정들은 영문을 모른채 전장으로 끌려나갔다.그들은 고된 일과후 몰려오는 고독과 향수를 심심풀이 장난으로 달랬고,그러던 중 누군가가

우연히 방귀가 탄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장정이 나서면 즉시 아랫도리를 발가벗기고 엉덩이를 곧추세운 뒤 성냥을 그어댔다.

때로는 폭발력이 너무 강해 뒷문 주위에 화상을 입는 장정이 속출했다.그러나 노스탤지어에서 비롯된 방귀놀이는 불행히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바로 그 시점,일제는 연료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됐다.징용

자들에게 고구마를 먹이고 간단한 체조를 시킨 다음,목욕탕으로 보내 방귀를 수거하는 고되고도 지루한 생체실험이 계속됐다.(이장규저'음악홍문'중에서)

죽음의 참담한 상황에서,궁둥이를 사뭇 비스듬히 추어올리고 성냥을 그어대던 치기어린 학도병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공연히 마음이 아리다.가증스러운 일본이 이제는 독도마저 자기네땅이라고 우기니,무궁화꽃이 피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내친 김에 방귀에 불이 붙는 사람은 대략 전체인구의 10%정도 된다는 사실을 밝힌다. 〈손일락.청주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