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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전두환.노태우씨 사면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 화해위해 관용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법원의 12.12,5.18 확정판결로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두 전직대통령 등의 사면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정치권 일각에서 사면논의가 제기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사법적 잣대로 심판되었으니 화해와 용서를 통해 사회통합과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사면론의 입장이고,이제 비로소 죄가 확인된 만큼 사면은 시기상조며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반대론이다.양쪽 입장을 들어본다. [편집자]

온 나라 방방곡곡이 한보사건으로 뒤숭숭하고 국회청문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엄청난 좌절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나라 밖의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고 인류역사상 미증유의 거대한 단일지구촌이 형성되는

가운데 발생한 세계화

태풍이 우리에게 엄습해 오고 있다.그러나 나라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데 지도층은 모조리 썩은 냄새를 풍기며 눈앞의 잇속 차리기에 골똘하고

있는 모양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런 와중에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한 장을 기록한 12.12와 5.18사건,그리고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내려져 全.盧

전직대통령에 대한 유죄가 확정됨으로써 5,6공에 대한 사법적 정리가

완결되었다.

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에 대한 폭력적 도전이나

파괴는 어떤 형태든 법적으로 용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단죄되어야 할 반역적 범죄라는 것을 명백히 해 주었다.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든가,혹은 거리의 화염병과

민중봉기를 통해 나온다는 등의 오도된 잡설(雜說)과 폭력적 수단에 의한

정권찬탈이나 체제전복은 그 성공여부를 떠나 법적으로 역사적으로

단죄되며,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소수가 다수 국민을 폭력으로 지배하는 불법정권의 정통성은 언제든 원천적으로 거부된다는 사법적.도덕적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이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는 더욱 확고하게 이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우리나라는 2000년을 얼마 앞둔 이제까지 80년대의 암울한 역사의 후유증에 아직도 시달리며 통합보다는 분열로 더욱 깊은 상처를 키워 왔다는 점을 생각할 때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없을 수 없다.

5공 출범에 대한 진상이 독립적인 사범심판을 통해 규명된 마당에 우리는

이제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는 것 같다.준엄한 사법적

심판이 내려진후 全.盧 전직대통령의 정치적.도덕적 파탄은 확실해졌고 이제

군사쿠데타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며 우리의 위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대열에 끼일만큼 크게 신장되었다.이런 시점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새로운 시대에 우리 사회의 한 시민으로 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지금 5,6공 쿠데타 세력은 정치적 세력과 조직으로는 궤멸됐다.본인들의

반성과 참회가 선행되는 가운데 그들이 민주사회의 한 시민으로 평범히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상성(正常性)의 복원이란

차원에서도 필요할 것이다.

성숙한 국민은 관용할 줄 안다.지금까지의 우리 대통령은 모두 종말이

비참했다.

이제 이러한 말로(末路)는 성숙한 민주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마감되어야

한다.또한 북한의 불법정권 권력자들에게도 통일후 법치주의에 따른

진실규명 후에 관용이 주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북한

통치자들이 평화적.민주적 통일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새로운 세계사적 도전과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시급히 요망되는 내적 통합을 이룩한다는

차원에서'역사 바로 세우기'의 종막에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박황작〈성균관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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