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전경우처럼 가자” “경제위기 극복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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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기축년(己丑年) 새해 첫날인 1일 정치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경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와중에 정치마저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농성으로 마비 상태에 빠져 있어 여당이든 야당이든 밝은 표정을 지을 처지가 못됐다.

1일 한나라당 신년인사회에서 맹형규 정무수석(左)과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래도 여야 지도부는 국민들에게 새 출발을 다짐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소처럼 묵묵히 열심히 일하자는 뜻에서 신년 표어를 석전경우(石田耕牛)로 정했다”며 “어렵지만 소처럼 돌밭을 갈아 문전옥답을 만드는 한 해가 되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한 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경제위기의 파도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신라시대 일파만파를 잠재우고 나라를 평온하게 했다는 만파식적은 지금 어디 있는가 자탄도 해 봤다”며 “그러나 우리는 꿋꿋이 한 해를 넘기고 희망의 새해를 맞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환난을 겪으면 나라는 더 흥해진다는 다난흥방(多難興邦)이란 말이 있다. 다 같이 손잡고 힘차게 전진해 흥방의 역사를 쓴 주역으로 길이길이 기억되자”고 역설했다. 신년인사회엔 박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를 비롯해 국회의원·당원 등 100여 명과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右)가 1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단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민주당도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인 의원·당직자 100여 명이 모여 단배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대표는 “우리는 뉴민주당 플랜을 준비 중인데 지금 ‘MB악법’에 맞서 싸워야 하는 문제 때문에 잠시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강력하게 투쟁하면서도 민주당의 재건과 새로운 전진을 위해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우리들의 열정이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에 우리는 집권 경험을 활용해 경제와 남북 문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설 것이며 서민과 중산층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단배식에서 ‘풍운지회(風雲之會·용이 바람과 구름을 몰고 하늘로 올라간다)’를 신년 사자성어로 제시하며 “올해는 나라가 융성하는 한편 당원 동지와 손잡고 당세를 확장하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당으로 커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하·백일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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