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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국 뉴포트, 개척시대 부호들 휴양지가 관광명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우리나라 졸부들은 항상 비판 대상이다.우쭐대는 모습과'돈이면 다'라는 그들의 인식을 사람들은 싫어한다.그럴 때마다 미국 부호들은 비교대상이다.번 돈을 사회환원하는 이미지의 미 부호들은 상대적으로 칭찬받는다.

과연 그럴까.보스턴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반 가량 거리의 뉴포트.기암절벽을 낀 해안을 따라 점점이 떠있는 요트들,해변 골프장,우리나라 동해와 남해를 섞어놓은것 같은 해안 분위기.휴양지 냄새가 초입부터 물씬 풍긴다.이곳에는 18세기말

금광.철도.은행산업등으로 떼돈을 번 뉴잉글랜드 부호들의 여름 별장들이 관광코스로 개발돼 있다.

그중 하나인'브레이커스'. 서부개척시대 철도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벼락부자 르넬리우스 반더빌트의 여름별장이다.파도가 와서 부서지는 소리가 분위기를 돋운다 하여 이렇게 이름 붙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흡사 작고 허름한 석조 박물관 같다.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웅장하고 호화스런 내부장식에 입이 딱 벌어지고 만다.

6면의 오색 대리석 장식,한꺼번에 수십명의 식사를 준비하던 부엌과 식당,70여개는 되는 방,백악관을 흉내낸 타원형의 안주인 침실(안에서는 출입문이 어느 곳인지 알 수 없게 돼 있다),더운물.찬물.더운 소금물.찬 소금물등 4가지 물

이 나오는 호화욕조,대리석 당구대등등.마치 옛 유럽 영주들의 성(城)을 옮겨 놓은 것 같다.

미 남부 플로리다에서 보는 실용형의 요즘 별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미국 부호들도 여름 한철을 보내기 위해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성같은 별장을 지었던가.언뜻 이런 생각이 스쳐가고 의아해진다.

미국의 초기 벼락부자들과 우리나라 졸부들이 뭐가 다른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별 풍요롭지 못한 유럽생활 끝에 신대륙으로 넘어와 독과점 철도사업으로 떼돈을 번 반더빌트는 이탈리아의 건축가 리처드 모리스 헌트를 불러왔다.16세기 북부

이탈리아 궁전풍으로 호화별장을 지었다.그는 뉴욕에서 생활하다 여름한철 이곳에 와 파티도 하면서 폼을 잡았다고 들린다.유럽성주의 흉내를 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미국 부호들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한 것도 자본주의가 성숙한 뒤의 일이라는 얘기가 아닌가.어찌보면 우리나라 졸부들도 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위안도 된다.

뉴포트에는 이런 구경거리 별장이 천애의 해안가를 따라 수십 곳이다.이곳에는 존 F 케네디가 재클린과 결혼식을 올린 교회,재키가 부케를 던진 별장'해머 스미스 팜'도 있다.케네디가 대통령이 된 뒤 여름휴가를 보내며 국사를 봤던 집무

실에 앉아볼 수도 있다.뉴포트는 미국 초기 부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명소다.묘한 대리 만족감도 얻을 수 있어 좋다.

교통편=노스웨스트항공이 디트로이트를 경유,보스턴까지 주 4회 운항한다.대한항공은 주3회 직항한다.보스턴에서 뉴포트까지는 자동차나 고속버스로 1시간20분 거리. [뉴포트 미국=조용현 기자]

<사진설명>

서부 개척시대 철도사업으로 벼락부자가 된 르넬리우스 반더빌트의 여름 별장인'브레이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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