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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포항제철의 EVA평가 담당 김응한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고 국내기업들의 잃어버린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선 경제적 부가가치(EVA)개념이 하루빨리 도입돼야 합니다.”

지난해 국내기업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한 포항제철의 EVA에 대한 평가업무를 맡고 있는 미국 미시간대경영대 김응한(金應漢.사진)교수의'신(新)불황타개론'이다.

金교수가 주장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란 미국기업들이 일본기업들에 압도당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80년대초에 도입하기 시작해 현재는 미국에서 보편화된 기업경영실적 평가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제적 부가가치는 기업들이 세금을 낸후 얻은 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제외한 실질적인 이익을 말한다.

“예를들어 한 기업이 어떤 사업에 1백억원을 투자해 10억원의 순이익을 발생시켰다면,여기서 투자비 1백억원에 대한 자본비용을 다시 제해야 진정한 의미의 이익(=경제적 부가가치)이 나온다.

즉 1백억원에 대한 자본비용을 15억원으로 잡을 경우 이 비용을 순이익에서 빼면 사실상 5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따라서 장부상으로는 이익이 났지만 경제적 부가가치를 따졌을 때는 손해를 본 사업이기 때문에 과감히 정리하거

나 이익을 더 늘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金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또“이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들이 철저하게 투자의 효율성을 따지면서 경영을 하게돼 경쟁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증시도 살아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金교수는“한보.삼미등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잇따른 대형부도는 경기침체라는 국면도 있지만 외형위주의 경영에 치우친 기업들의 경영마인드에도 큰 원인이 있다”면서“매출이나 자산규모로 30대그룹을 지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풍토”라고 지

적했다.

한국경제는 기업들의'덩치 키우기식 경영'에 따른 버블(거품)현상이 95년에 절정을 이루다가 지난해부터 거품이 빠지면서 심각한 불황을 체험하게 됐다는게 金교수의 진단이다.

“경제적 부가가치제는 적자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 흑자의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다 반대로 흑자가 났을 때는 적절한 보상으로 직결되는 이점이 있어 전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金교수는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이 제도 성공을 위해선 자본의 수익성을 따지기보다 모든 권한 행사에 더 관심을 가지려는 기업 오너들의 의식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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