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주권 논란’ 타이거항공 날개 접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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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항공 주권’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싱가포르 국적 타이거항공의 국내 진출이 끝내 무산됐다.

인천시가 타이거항공과 합작으로 인천타이거항공을 설립하려던 방침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대신 인천시는 30일 대한항공과 ‘항공운송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대한항공은 자사의 저가 항공사인 진에어 본사를 서울 등촌동에서 인천시로 옮겼다. 인천시 기반의 저가 항공사로 바꾸기 위해서다.

인천시는 “이미 타이거항공 측에 양해를 구했다”며 “국내 항공운송산업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거항공 측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인천시와 추진했던 합작 항공사 설립을 취소했다”며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과 한국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인천시는 그동안 타이거항공의 국내 진출을 둘러싸고 ‘항공 주권’ 공방을 벌이며 대립했다. 타이거항공이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의 소유라는 게 드러나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그간 사업 추진 입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당시 안상수 시장은 “인천타이거항공은 상법상 주식회사로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라며 “타이거항공이 49%의 지분을 투자하는 것은 외국인투자촉진법 및 항공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또 올 1월 인천타이거항공을 설립하며 연말께 취항을 목표로 국토해양부에 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차질을 빚었다. 국내 항공업계는 “인천타이거항공의 실질적 지배자는 싱가포르의 타이거항공”이라며 “외국 항공사가 편법으로 국내 항공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에어·제주항공 등 국내 4개 저가 항공사는 8월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허가하지 말라는 탄원서를 국토해양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인천시는 9월에 내려던 항공운송업 면허 신청을 보류했었다.

올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경영난으로 한성항공이 운항을 중단하는 마당에 싱가포르 자본인 항공사가 출범하면 국내 저가 항공 시장이 붕괴할 것”(이인제 의원)이라거나 “인천시는 국가 전략산업인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수익성이 불분명한 저가 항공사 설립 허가에 신중해야 한다”(김태원 의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실효적 지배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을 경우 인천타이거항공의 면허 승인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엔 국적 항공사의 외국인 지분 한도를 대폭 제한하는 내용의 ‘항공법 일부 개정법률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이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인천타이거항공의 49% 지분을 갖고 있는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의 국내 진출은 원천 봉쇄된다. 인천타이거항공은 타이거항공이 49%(98억원), 인천시 측(인천시 2.4%, 인천교통공사 12.3%, 인천도시개발공사 16.3%, 인천관광공사 20%)이 51%(102억원)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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