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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신선한 감동 준 부산시향 97교향악축제 체면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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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애향심이나 협연자와의 친분 때문에 음악회장을 찾은 사람도 오길 잘했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지난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가슴 뭉클한 진한 감동에 사로잡혔다. 〈사진〉

곽승 지휘의 부산시향은 프로코피예프의 합창.메조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알렉산더 네프스키 칸타타'를 연주,스탠더드 레퍼토리 일색으로 관객에게 외면당하는 교향악축제의 체면을 살려주었다.이 곡은 37년 스탈린이 나치의 러시아 침공계획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제작한 영화'알렉산더 네프스키'(감독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사운드트랙을 작곡자 자신이 연주회용으로 편곡한 것.13세기'빙판위의 전투'에서 독일군을 섬멸한 네프스키 장군의 영웅담을 그린 내용

이다.

발레 지휘로 잔뼈가 굵은 곽승의 치밀한 리듬감각과 일사불란한 영도력으로 조련된 부산시향은 서울의 정상급 교향악단의 자존심을 꺾기에 충분했다.이 칸타타의 유일한 독창곡'들판 위의 전몰자'를 부른 메조소프라노 김신자는 가슴 저미는 애절한 저음(低音)으로 숙연함을 더해주었다.

9년째 바이올린.피아노 위주로 흐른 협연 퍼레이드와 대비되는 신선함이었다.올해는 예술의전당이 제시한 15명의 50대 중견 연주자중 교향악단 지휘자가 10명을 뽑는'민주적인 방식'으로 협연자를 선정했다지만 청중동원을 위한 고육책(苦肉策)으로 각 대학의 학장급 교수를 내세운 것도 자명한 사실.교향악축제는 협연자의 세(勢)를 과시하는 곳이어선 안된다.예술의전당은 깃발 내걸고 장소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해마다 특색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97교

향악축제는 15일 대구시향,16일 광주시향,17일 KBS교향악단에 이어 18일 코리안심포니의 연주로 막을 내린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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