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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신질환 급속 확산 - 경쟁논리 도입 근로자들 스트레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중국에서 정신질환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10여년간의 급격한 경제개혁 추진과정에서 도입된 경쟁논리가 중국인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기 때문이다.

중국내에서 개방의 선두에 섰던 상하이(上海)의 경우 90년 상하이정신병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시 전체인구의 1.5%인 20만명정도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었다.최근 통계는 없지만 이러한 정신질환자의 숫자는 대폭 증가했을 것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특히 최근에는 가벼운 불안이나 우울증같은 경미한 정신질환이 도시 생활자,특히 민간기업 근로자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이 병원측의 설명이다.많은 민간 기업들이 경영합리화의 차원에서 능력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하면서 근로자들은 치열한 경쟁

에서 이기기 위해 격무와 과외공부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같은 스트레스가 만성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근로자들뿐 아니라 미성년자와 노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중국 사회에 핵가족 제도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부양하는 자식없이 방치되는 노인들이 늘고 있으며 생활고와 외로움은 노인 정신질환의 새로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중국정부가 1가족 1자녀의 가족계획을 강력히 추진한 뒤부터 중국의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기대수준이 과거보다 월등히 높아져 강박관념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상하이 정신병원의 두야송박사는“80년대만 하더라도 신경성 안면경련증으로 병원에 오는 어린아이를 6개월에 1명 보기도 어려웠는데 요즘은 하루에 10명꼴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신질환자의 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데 비해 전문의사와 치료기관은 80년대 이후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미국의 경우 정신과 환자들을 임상치료할 수 있는 심리학자의 수가 약 4만명에 이르러 국민 6천4백명당 한명 꼴인데 비해 중국은 국민 1천2백만명당 한명 꼴인 1백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본사특약]

<사진설명>

한 부부가 의사와 정신질환을 상담하고 있다.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중국에서는 정신질환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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