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飢饉 모두 깊은 관심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북녘 동포들의 굶주림은 날이 갈수록 참상(慘狀)을 더해가고 있다.초근목피로 근근이 목숨을 이어가는 지경을 넘어 아사자(餓死者)까지 나오는게 확인될 정도다.북한당국자가 유엔아동기금(UNICEF)측에 1백34명의 아동이 영양실조로 사

망했다고 확인한 것도 충격적이지만 더욱 가슴아픈 일은 최근 며칠새 우리가 접한 텔레비전 화면과 사진이다.앙상한 몸에 머리통만 크고 개구리처럼 배가 볼록한 어린이의 모습,버려진 배추 이파리를 들고 있는 노인의 허기진 모양에 처연할 따름이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절망적 상황에 이르고 있음은 세계식량계획(WFP)이나 UNICEF등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더욱 비관적인 것은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북한의 식량은 5월과 6월을 고비로 바닥나리란 전망이다.따라서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유엔기관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구호에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베이징회담을 통해 대규모 쌀을 지원한 이후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해 애써 눈감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음식쓰레기로 1년에 8조원을 낭비하며 북녘 동포의 굶주림에는 무관심하다시피 해 왔다.물론 정부의 대

북(對北)전략과 정치적 상황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정부차원의 지원은 고사하고 오랫동안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도 제한받아 왔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민간단체의 지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종교단체를 비롯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단체들의 활동에는 아직도 숱한 제약이 따라 원활한 진행이 어렵게 돼 있다.식량난의 긴급성으로 미뤄 이제 정부도 규제를 풀어 민간단체의 지원을 장려해야 할 때다.

북한 식량난의 시급성은 질보다 양을 필요로 하고 있다.밀가루나 옥수수.감자같은 저렴한 식량이라도 많으면 당장의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다.국제시세로 4천원어치 밀가루면 1명에게 한달 국수라니 우리로서 큰 부담은 아니다.늦기전에 온 국민이 북한동포돕기에 적극 관심을 표시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