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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청문회>정태수씨 정치권 뇌물 일부 줄거나 증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이 정치권에 뿌린 돈에서는'배달사고'도 잦았던 것같다.

“줬다”는 鄭총회장의 검찰 진술내용과 당사자들의 주장간 격차에서 나타난다.

수수사실 자체도 말이 엇갈리지만 액수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어디로 증발했거나 어느 한쪽이 거짓말하는 것이다.

우선은 중간에서 슬쩍했을 개연성등 큰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다.

액수가 워낙 큰데다 은밀한 뒷거래인 만큼 중간 심부름꾼의 견물생심(見物生心)이 있었는지 모른다.검은 돈을 주고 받으면서'점잖은'체면에“얼마를 줬는데 받았느냐”느니,“얼마를 줘서 잘 받았다”고 할게 아니라는 점도 이런 상황을 낳았음

직하다.

신한국당 정재철(鄭在哲)의원의 경우가 전형적인 사례다.95년 10월 鄭총회장은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의원에게 국감 무마용으로 전달토록 한 1억원을 슬쩍했다.검찰의 1차 수사결과에서 밝혀졌다.

權의원측은 이를'모함의 증거'라고 주장한다.“鄭의원 본인에게 준 돈을 나에게 떼미는 것”이라는 얘기다.어느 쪽 주장이 옳든 그르든 鄭의원은 우스운 사람이 됐다.

아직은 확실치 않지만 한보의 김종국(金鍾國)재정본부장이 4.11총선전 신한국당 김덕룡(金德龍)의원에게 전해 줬다는 鄭총회장 돈의 경우도 그렇다.

鄭총회장은 검찰에서“1억원을 줬다”고 진술했는데 金씨는“5천만원을 전달했다”고 했다는 것이다.검찰쪽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金씨는 이날 청문회에서 관련질문에“확인해줄 수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그러다가 이규정(李圭正.민주)의원이“삥땅한 것 아니냐”고 호통치자“그럴 지도 모른다”고 인정했다.

만약 金씨가 정말 절반을 챙겼다면 심부름값 치곤 상당한 대가다.

鄭총회장이 직접 전달할 때는 사과상자나 007백에 넣었다지만 중간에 사람을 통해 전달할 때는 대부분 자물쇠가 채워진 골프백에 담겨 전달된 것으로 전해지는데도 그렇다.

때문에 정치권에선“金씨등 전달자들이 다른 정치인에게 가기로 했던 돈도 같은 방법으로 빼먹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그 경우'정태수 리스트'중에는 혹 무고한 정치인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백을 주장하는 당사자중에는 한입이 떼인 적은 액수때문에 별 부담없이 받았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따라서 수사가 진전되고 재판이 진행되면 증발된 떡고물들이 더 많이 드러날 수도 있다.

한편“최형우(崔炯佑)신한국당 고문이 鄭총회장의 부탁을 받고 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의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설이 떠돌고 있다.사실이라면 鄭총회장의 로비경로를 짐작케하는 부분이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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