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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청문회>의원들 감정싸움 맥빠진 신문 - 증언 둘쨋날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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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 서울구치소에서 이틀째 열린 국회 한보사건 국정조사특위는 증인의 여전한 불성실 답변과 의원들의 준비부족,여야 상호간의 흠집내기 시도등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여야 의원들은 전날 정태수(鄭泰守)한보총회장에 대한 신문에서

의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鄭씨의 재출두 방안등도 모색했다.의원들은 특히“鄭씨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냐”는 비난에 당혹해 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오전 증인으로 나온 손홍균(孫洪鈞)전 서울은행장이 한보대출과정에 개입한 외압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밝혀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孫씨가“외압은 없었다”고 답변하자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

김원길(金元吉.국민회의).김문수(金文洙.신한국당)의원등은 지난해 11월 모 건설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중인 孫씨에게“다른 은행과 달리 한보여신을 억제하고 대출금 3백30억원을 회수하는 바람에'괘씸죄'로 구속된 것 아니냐

”고 구스르면서 답변을 유도.그러나 孫씨는“내 잘못으로 구속됐을 뿐이며 한보와 관련된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답변해 신문 의원의 김을 뺐다.

…특위위원들은 7일 정태수 한보총회장에 대한'엉터리'신문과 위원간 시비로 여론의 빗발치는 비난을 받고도 8일 또다시 상대방에 대한 자격시비로 청문회를 시작.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전 휴게실에서부터 언쟁을 벌였다.이사철(李思哲.신한국당)의원이 김민석(金民錫.국민회의)의원에게“어제의 발언을 취소하지 않으면 특위위원을 사퇴하겠다”고 선공(先攻).어제의 발언이란 金의원이 이사철.이신범(李信範.

신한국당)의원을 겨냥해“김현철(金賢哲)씨의 공천을 받은 것은 문제가 아닌가”라는 비난을 가리키는 것.이에 이신범의원으로부터 한보로비를 받은'국민회의 4인방'으로 지목된 金의원도 양보하지 않고“(사퇴)하고 싶으면 하지”라고 응수.

현경대(玄敬大)위원장은“안하겠다고 맘대로 그만둘 수 있는게 국회특위인가”라고 말했으나 여야 의원 10여명의 감정섞인 소란은 그치지 않았고 볼썽사나운 모습은 청문회장으로 계속.

맨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신범의원은“나는 물론 김현철씨를 잘 안다.그러나 그로부터 어떤 정치적 도움도 받은 적이 없다.김민석의원이 어제 발언을 공식적으로 취소하지 않으면 특위를 사퇴하겠다”고 신상발언.그러자 기다렸다는듯 이사철의원

이“권노갑(權魯甲)의원을 통해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회의 의원들도 사퇴하라”고 가세.

장내가 소란해면서 이번에는 이규정(李圭正.민주당)의원이“정태수리스트가 확인됐고 대선자금 문제가 나오고 있다.언제까지 자기들 문제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느냐”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

…현경대위원장은 여야 위원들의 앙앙불락으로 청문회 진행이 여의치 않자'주동자'인 이신범.김민석의원을 옆방으로 불러내 화해를 촉구.

오후 청문회를 주재하던 玄위원장은 다른 위원에게 사회봉을 맡기고 두 의원을 불러“정치하기 전엔 형님.아우하면서 잘 지내던 사이 아니냐”“두 의원때문에 특위진행이 어려움을 겪어선 안된다”며 간곡히 화해를 권유했고 가까스로'어색한 화해'가 이뤄졌다.

金의원이“미안하게 됐다”고 악수를 청했고 李의원이“앞으로 잘해보자”고 한 것.

玄위원장의 강권으로 화해포즈를 취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온 두 의원은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듯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았으나“중요한 문제를 앞두고 개인신상에 관한 문제로 청문회를 소모시키지 않겠다”고 약속.

…정태수씨의 위증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됐던 金씨가 검찰에서 했던 진술확인을 계속 거부하자 의원들은 金씨를'철자물통'(鄭씨의 별명)에 어울리는'돌모르쇠'(이규정.민주당)라며 분개.

김재천(金在千.신한국당)의원은 “그 나물에 그 밥,그 회장에 그 본부장”이라고 개탄.

이양희(李良熙.자민련)의원은“죄는 미워해도 인간은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며 심정적 접근을 시도했으나 역시 같은 답을 되풀이.

…鄭총회장에 이어 金씨의 완강한 부인에 부닥친 일부 의원들은 “이들의 입을 막는 어떤 세력이 있는게 아니냐”는'음모론'을 제기해 관심.

김재천의원은“이들의 폭로를 두려워하는 높은 곳에서의 커넥션이 있는 것 같다는 본능적 느낌이 있다”며“이런 식으로 나가면 鄭씨가 지목한 정치인만 악의적 피해를 보고 더 큰 커넥션들은 살아남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아 무언가에 이용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토로.그러나 그는 그 세력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함구.

맹형규의원도 신문에서“증인의 일관된'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은 특위를 교란시키려는 어떤 음모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신문후 어떤 의미로 한 말이냐는 질문엔“별다른 뜻은 없다.검찰이 앞장서서 철저하게 수사하는게 중요하다”고만 답변.

…김민석의원은 오후 신문에서 “정태수리스트와 관련된 증인의'확인불가'증언은 석간신문에서'사실상 시인'으로 해석되고 있다”며“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돈을 안갖다 준 사람에겐'아니다'고 부인하라”고 촉구.

그는 이어 최형우(崔炯佑).김덕룡(金德龍).김상현(金相賢).김용환(金龍煥)의원과 문정수(文正秀)부산시장의 이름을 각각 거명하며“돈을 갖다준 사실을 부인하느냐”고 짤막한 일문일답식으로 다섯차례 물었으나 金씨는 매번“확인해 줄 수 없

다”는 답변으로 일관.

金의원은“상황설명을 해주었는데도 같은 대답을 하는 것으로 보아 이들에게 돈을 갖다준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속기록에 남겼다.

…김종국씨는 대출을 위해 은행 임직원들과 자주 접촉했으나 은행측으로부터 푸대접을 받아왔다며 그간의 고충도 토로.그는 또“대출문제는 내 선에서 해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고 鄭총회장이 직접 나서서 처리했다”며“홍인길 의원으로부터(대출

청탁)전화가 왔었다는 말을 은행직원들에게 듣기도 했다”고 전언. 〈전영기.예영준 기자〉

<사진설명>

김재천 신한국당 의원이 한보사태 관련서류를 보이며 증인신문을 벌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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