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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의혹 박수근 화백 그림 연세의료원에 기증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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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전에서 활동하는 아트 딜러 J씨가 연세의료원에 기증하겠다고 밝힌 박수근의 ‘떡 만드시는 어머니’. J씨는 박 화백이 1945년에 그린 진작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몇 군데 감정 과정에서 위작 가능성이 높은 작품으로 판명됐다. [연세의료원 제공]

대전에서 활동하는 아트딜러 J씨가 소장하고 있던 ‘떡 만드시는 어머니’를 연세의료원에 기증하겠다고 밝힌 것은 12월 초. 아이 업은 어머니가 떡을 만들기 위해 절구를 찧는 모습을 그린 91×53㎝ 크기의 유화다. J씨는 “45년 작으로 추정되며 감정가액이 7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작품을 통해 희망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제미술과학연구소 최명윤 소장이 한 기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떡 만드시는 어머니’의 ‘물감 원소 분석 그래프’. 실선은 연구소가 그동안 박수근 진작에서 채취한 물감 선이고, 점선은 ‘떡 만드시는 어머니’의 물감 선. 확연히 다른 궤적을 보여 최 소장은 ‘떡 만드시는 어머니’가 위작이라는 과학감정 보고서를 냈다. [국제미술과학연구소 제공]

문제는 이 작품의 진위다. 국제미술과학연구소 최명윤(명지대 교수) 소장은 27일 “J씨가 동일 작품을 지난 2년 동안 차병원·성모병원·울산대·광주시립미술관·박수근미술관에 기증하려 차례로 접촉하는 과정에서 한 기관의 의뢰로 이 작품에 대한 감정을 하게 됐다”며 “과학 감정을 거쳐 위작으로 판별했다”고 밝혔다. J씨는 최근 박수근의 30호 작품 6점, 이중섭의 황소 그림 2점을 갖고 있다며 대형 병원과 미술관 등에 기증 의사를 밝힌 인물로 미술계에 알려져 있다. 기관에 고가의 그림을 기증할 경우 감정액의 10∼20%를 사례하는 것이 관행이다. 최 소장은 “일단 사례금을 챙길 수 있고 본인 이름이 알려지며 작품이 진품으로 받아들여지면 단 한 점이라도 판매할 수 있게 돼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으니 이 같은 ‘그림 세탁’을 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료원 최경득 홍보팀장은 “2~3주 전 J씨가 ‘박수근 작품을 여럿 갖고 있다’며 기증 의사를 밝혀 와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이미 몇 군데서 위작으로 판명돼 거부됐다는 전력도 알고 있었지만 연세의료원은 박수근 그림에 대해 신뢰성을 부여할 만한 기관이 아니므로 일단 기증받은 뒤 감정하자는 생각에서 쉽게 응했으며 사례비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의료원 측은 “언론이 나서 위작 여부를 확인해 주면 좋겠다”며 29일 오전 11시 기증식을 연다는 사실을 언론에 미리 알렸다.

한편 J씨는 28일 저녁 전화 통화에서 “이 작품을 공신력 있게 감정할 만한 기관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느냐. 내가 박수근 전문가이고 감정가액도 내가 매겼다”며 “언제, 어디서 이 작품을 구했는지를 묻는 것도 실례고 답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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