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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농림지 - 무분별 개발 현장을 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새로운 토지공급원으로 각광받던 준농림지가 난(亂)개발 주범으로 몰리면서 비판의 대상에 올랐다.주변 환경이나 학교.도로.상하수도등의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채 개발을 추진,그 후유증이 의외로 심각한 상황이다.준농림지 제도의 탄생배경과 난개발 현장,그리고 대책등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경기도포천군소흘읍이곡동에서 광릉수목원에 이르는 2㎞ 남짓한 도로변에는 50여개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맑기만 하던 도로변 실개천은 이들 업소에서 쏟아내는 오.폐수로 오염돼 보기조차 역겹다.

무계획한 난개발의 전형적인 현장이다.광릉수목원 바로 옆으로 시커먼 음식찌꺼기물이 흘러들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업주들이 정화시설 의무기준인 연면적 1백21평미만 규모로 줄여짓는 바람에 당국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오히려

당장의 지방세 수입을 위해서는 환경파괴나 편법건축은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올 7월부터 하천에서부터 5백 이내에 짓는 건축물은 규모에 관계없이 분뇨,오.폐수등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정화시설을 설치하도록 돼있지만 이런 마당에 기존 건축물 단속은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천.용인등 수도권 주요지역에는 논 한가운데 고층아파트가 한동씩 흉물스럽게 우뚝 서 있고 산허리를 파헤쳐놓고 공사를 중단한 전원주택단지 현장들도 쉽게 눈에 띈다.

양평군서종면문호리 일대는 축대가 무너진 전원주택 부지가 2년째 방치돼 있어 집중호우때 흙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준농림지를 전용해 전원주택을 지어 팔려다 분양이 부진,부도가 나는 바람에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마구잡이식 준농림지 개발은 아파트 건립에서도 마찬가지.분당신도시 구미동 인근인 용인시수지읍죽전리 일대 29만6천여평에는 요즘 9개 주택업체가 아파트 공사에 한창이다.이 지역에 건립되는 아파트는 무려 7천9백여가구.그러나 단지내에

녹지대.문화시설등은 고사하고 외부와의 연결도로.학교등 기본적인 기반시설조차 제대로 없다.빽빽하게 콘크리트 덩어리만 들어서는 아파트단지는 그래도 낫다.단지와 단지 사이에는 기존 주택과 볼품없는 연립주택이 혼재돼 있고 진입로조차 제대로

없을 정도로 난개발이다.

각종 기반시설을 갖춘 계획적 택지개발사업지구인 인근의 수지1지구(28만7천여평) 모습과는 딴판이다.

당장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데도 학교라곤 대지초등학교 한 곳밖에 없어 2부제 수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중고생은 아예 3~4㎞ 떨어진 수지읍 소재지로 원정 통학을 해야 한다.

입주예정자인 구정혜(여.45.서울 반포동)씨는“일대에 들어서는 아파트가 워낙 많아 학교같은 것은 걱정도 하지 않았다”며“가장 기초적인 학교조차 짓지 않고 아파트 건설을 허가하는 당국은 무엇하는 곳이냐”고 흥분한다.

죽전일대에 대한 전체적인 밑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사업에 대해서만 허가를 내주다보니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뒤늦게 용인시가 도로와 학교등을 만들라고 업체들에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땅값이 너무 올라 용지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시가 요청한 초등학교 4개,중학교 2개,고교 2개등 8개 학교부지중 단 한곳도 매입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위락지든 주택지든 계획성 있게 개발되고 있는 준농림지는 전국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정부당국자들 스스로도 이 점을 고민하고 있다. 〈손용태.황성근 기자〉

<사진설명>

오락가락하는 준농림지 정책으로 수도권 주요지역의 농지와 임야가 마구잡이로 개발돼 수질을 오염시키고 주변 경관을 해치는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사진은 경기도포천군일동면 준농림지에 들어서 있는 러브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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