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환씨 간청…이한동씨에 2억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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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등으로 구속기소된 손길승 SK그룹 전 회장이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었던 신국환 의원의 부탁으로 이한동 전 총리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경북 문경-예천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손 전 회장은 "2002년 11~12월 신 전 장관이 대선후보로 나온 이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할 것을 부탁해 왔다"며 "이미 SK그룹의 정치자금 제공 한도가 넘었고 이 전 총리의 대선 당선 가능성이 낮아보여 거절했으나 수차례 요청해와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손 전 회장은 또 "처음 이 전 총리 측은 '상당 규모'의 자금을 요구했으나 나중엔 이를 대폭 줄여 요청해 왔다"며 "'상당 규모'가 얼마인지는 밝힐 수 없으나 신 전 장관이나 이 전 총리 모두 자민련 소속이어서 자민련 몫으로 준다고 생각하고 2억원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손 전 회장은 한나라당 100억원.민주당 15억원 등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기업 현실상 정치권의 자금요청을 거절하긴 힘들다"며 선처를 구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특정 이권을 놓고 자금을 제공하는 경우는 없다"며 "정치자금 수요가 많은 현실을 감안해 이 부분이 합리적으로 제도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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