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연료 허용 고민하는 울산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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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울산석유화학공단 업체들이 경제난을 이유로 석탄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는 태도를 보이던 울산시도 “기업의 어려움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지 않으냐”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경제 살리기와 대기환경 오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전은 그 진영이 ‘업계 대 울산시’에서 ‘업계 대 환경단체’로 바뀌고 있는 형국이다.

울산석유화학공단 입주 업체들로 구성된 울산연료정책협의회는 올해 초부터 울산시에 연료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건의하고 있다. 정부는1985년 대기환경보전법을 개정해 대도시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석탄 사용을 금지했다. 울산시도 90년부터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석유화학공단 내에서 석탄을 산업용 연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장의 결정이 있을 경우 산업용 연료로 석탄을 사용할 수 있다.


업체에 따르면 현재 연료로 쓰이는 저유황 벙커C유(황 함유량 0.3% 이하)에 비해 고유황 벙커C유는 15%, 석탄(유연탄)은 65%쯤 저렴하다. 벙커C유를 많이 소비하는 울산 업체 145곳이 모두 석탄으로 교체할 경우 한 해 연료비는 총 2조5834억원(L당 600원 기준)에서 9042억원으로 줄어들어 1조6792억원이 절감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유황 벙커C유로 교체하면 연간 3875억원이 절약된다. 새로 탈황·탈질 시설을 갖추는 데 비용이 들지만 2년 정도면 투자 원금을 뽑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 오염 우려에 대해 업계는 “아황산가스·질소산화물 등 법적으로 규제하는 대기 오염물질에 관한 한 저유황 벙커C유보다 고유황 및 석탄이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각종 조사·연구 자료에서 탈황·탈질 시설을 거친 석탄이나 고유황 벙커C유의 환경 오염물질 배출량이 이들 시설의 의무화가 면제된 ‘청정연료’(저유황 벙커C, LNG)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경우 석탄은 속수무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체 실태 조사 결과 유연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벙커C유에 비해 19%, LNG에 비해 65%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석탄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도 상업화하지 못한 상태다. 황인석 녹색포럼 사무국장은 “석탄연료 사용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역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심각한 불황을 겪는 기업의 하소연에 귀를 막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시민 여론을 좀 더 모아 연료 정책에 대한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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