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줄어도 끄떡없는 회사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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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불황기에는 역시 맷집 좋은 기업이 제일인 모양이다. 투자자들의 종목 선택 기준도 기업의 성장성이나 펀더멘털보다는 ‘생존 능력’에 맞춰지고 있다. 쌓아둔 현금은 많고 빚이 적은 기업이 각광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경기침체에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느냐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부상하고 있다.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가 이익에 주는 영향은 회사나 업종마다 제각각이다. 이 영향의 크기를 보여주는 게 영업레버리지다. 매출액 증가율을 영업이익 증가율로 나눈 수치로, 설비투자 같은 고정자산이 많을수록 높게 나타난다.

이미 대규모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면 생산을 늘려도 비용은 별로 늘지 않는다. 그래서 매출액이 늘면 이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경기가 좋을 땐 영업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유리해진다.

반면 경기가 나빠지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매출이 줄면 고정비용 부담이 커져 이익도 급속히 줄게 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이 2002년부터 매출액 증가율과 세전 영업이익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통신서비스와 유틸리티 업종의 영업레버리지가 1배 이하로 나타났다. 매출이 줄어도 영업이익은 크게 줄지 않는다는 의미다.

올해의 경우 이미 사둔 원재료가 얼마나 되느냐도 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 원자재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3분기까지는 원자재 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3분기까지 원재료 재고를 많이 늘린 기업은 제품 가격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이익이 줄게 된다.

대우증권 임태근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는 국면인 만큼 영업 레버리지가 낮은 업종에서 3분기까지 재고자산 증가율이 적은 종목을 고르는 게 방어적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대우증권은 이런 종목으로 동아제약·효성·국도화학·한국제지·유한양행·KT·녹십자·한국전력을 꼽았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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