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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경제 알리는 코리아 캐러밴- 미국서 초라한 행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코리아 캐러밴(caravan)-.

한.미 양국간 통상을 증진하고 서로의 비즈니스 기회를 넓히기 위해 드넓은 미국 이곳 저곳을 돌며'경제 한국'을 알리는 행사의 이름으론 제격이다.그 코리아 캐러밴의 올해 행렬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볼티모어에서 시작됐다.

볼티모어 월드트레이드센터 21층의 전망좋은 회의실.서울과 워싱턴.뉴욕에서부터 바쁜 시간을 내 날아온 10명의 양국 패널리스트가 40명도 안되는 청중앞에 앉았다.무역협회등 관계기관 인사나 교포 기업인등을 빼고 나면 미국 비즈니스맨들

은 20명 남짓.그나마 한눈에'실무자급'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한국의 아이스크림 소비는 줄었으나 아이스크림 수입은 늘었다.서울의 프라이스클럽은 전세계 프라이스클럽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다.지난해 한국의 경제사정은 좋지 않았지만 대미 수입은 6% 늘었다.시장 접근에 어려움이 있긴 하나

한국은 한번 진출해볼 만한 시장이다.”

캐러밴의 일원인 주한 미상공회의소(AMCHAM)회장 마이클 브라운과 주한 미대사관 공사참사관 제리 미첼의 한국 소개는'상호 통상 증진'용이 아닌'일방적 수출기회 확대'용이었다.글로벌 경제시대의 통상 증진을 이야기하는 마당에 속 좁

게 수출.수입을 가릴 필요야 없지만 엄연히 통상의 한 분야인 대한(對韓) 직접투자나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아예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한국측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김영만(金榮萬) 선경아메리카 부회장이 양측 대기업끼리의 전략적 제휴를 제의했을 때 그나마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춘 상호통상증진방안이 거론되는가 했지만'실무자급'청중들에게는 아무래도 너무 벅찬 얘기였다.

“나는 상무부에서 온 아무개다.시간이 없어 지금 가야하지만 명함을 놓고 갈테니 한국과의 비즈니스를 위해 도와줄 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상무부 직원의 질문 아닌 질문으로 시작된'실무급'질문은 주로 브라운과 미첼에게 집중됐다.노동법

사태.한보처리.소비절약운동등에 관한 두어개의 곤란한 질문이 한국측 패널리스트들에게 던져졌지만 재경원에서 온 캐러밴의 일원은 한마디도 답변을 하지못해 주미대사관 경제공사 혼자 고군분투해야 했다.뉴욕의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이틀째

캐러밴은 박건우 주미대사와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대사가 이끄는 대사급 행렬이었다.다음은 이날의 취재 메모.“청중 60여명.교포.한국관련 인사가 3분의2쯤.나머지 미국인중 아시아소사이어티나 연구소등의 인사를 빼면 기업에서 온 사람은

실무자급 10여명.미국인들끼리 한국에서의 사업 얘기를 주고 받는데 한국인들이 양념으로 낀 느낌.”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이 워싱턴에 세운 한국경제연구소(KEI)가 주관,올해로 7번째인 코리아 캐러밴의 성과는 캐러밴 스스로 찬찬히

셈해 볼 일이나 본국 경제의 미국 속에서의 위상을 캐러밴이 뛰어 넘을 수는 없는 일이다.

[볼티모어.뉴욕=김수길.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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