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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인기 주춤 … 호주산과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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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산 쇠고기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했을 때 미국산 쇠고기 판매대 앞에 줄을 설 정도로 관심을 모았으나 한 달이 채 안 돼 찾는 사람이 줄고 있는 것.

24일 이마트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달 27~30일 나흘간 16억4000만원어치가 팔렸다. 그러나 이달 15~21일 1주일 동안에는 13억4000만원어치가 팔리는 데 그쳤다. 롯데마트에서도 11월 27일~12월 2일 1주일간 79t이 판매됐다가 이달 10~16일에는 50t으로 37% 감소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호기심에 따른 초반 반짝 수요가 주춤해졌다”며 “소비자 반응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줄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검역량은 올 10월 1만6773t으로 호주산(1만68t)을 제치고 수입 쇠고기 중 1위를 차지했으나, 지난달에는 1만969t으로 감소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호주산(1만1026t)에 다시 1위를 내줬다. 이달 들어서는 20일까지 4016t만 수입 검역을 거쳤다. 쇠고기 수입업체 네르프의 이종경 대표는 “환율 때문에 가격경쟁력에 문제가 생겨 미국산 쇠고기를 덜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대형마트에서 팔린 이후 호주산 쇠고기 판매는 약간 줄었으나 고급육인 한우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이 기간 한우 판매는 대형마트 세 곳 모두에서 3~5%씩 증가했다. 한우 가격도 올랐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3일 현재 1등급 한우 갈비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500g 당 3만5030원으로 한 달 전보다 4.2%, 1년 전보다는 6.6% 상승했다.

하지만 고기용 젖소 농가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비싼 최상급 한우 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값싼 젖소 고기 시장을 잠식한 것이다. 농협에 따르면 젖을 내지 못하는 젖소 수송아지의 산지 값은 올 초 마리당 40만원에서 지난달 5만원까지 떨어졌다. 한국낙농육우협회 한지태 지도과장은 “사료값도 빼지 못해 도산하는 고기용 젖소 농가가 늘고 있다”며 “정부가 비축용 젖소 고기를 더 많이 사들이는 등 단기 처방에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입 쇠고기 유통이력 관리제 시행=관세청은 내년 1월 1일부터 수입쇠고기 중간 유통업자도 거래 내역을 세관에 직접 내거나 관세청 홈페이지(www.customs.go.kr)에 전산 입력해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수입 쇠고기에 문제가 있을 때 어디에 팔렸는지 바로 파악해 회수나 폐기 조치를 하기 위한 것이다. 신고할 내용은 거래 상대방의 사업자등록번호와 주소, 판매량과 날짜 등이다. 현재는 수입업자만 거래 내역을 신고한다.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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