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사태후 국적 남발 홍콩서 10만명 이주 우려 - 영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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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영국 정부는 요즘 홍콩으로부터의 '이민홍수'걱정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7월1일 홍콩 반환을 전후해 이곳에서 건너올 이주자가 10만명 이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홍콩 또는 제3국 출신이면서도 영국 국적을 나중에 취득한 2중국적자는 13만여명.

특히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크게 동요한 홍콩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영국 정부가 자국 국적을 남발,그 숫자가 크게 늘었다.

이와 함께 5만명의 홍콩인들이 90년 제정된 특별법에 의해 추가로 영국 국적을 취득하게 돼있다.

중도에 좌절되긴 했으나 지난해 9월 크리스 패튼 총독은 3백50여만명에 달하는 홍콩인들에게 영국으로의 이주를 허용해주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됐던 홍콩인들은 주로 영연방 국민들에게 주어지는 '영국속령(屬領)여권'을 발급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영국 보수당 정부는 홍콩인들에 대한 국적부여및 이주정책이 이미 결정돼 이를 번복키 어렵다며 패튼의 요구를 일축했다.표면상으로는 법개정 곤란을 내세웠으나 홍콩인들의 대량유입 사태로 실업문제등이 악화되는 것을 두려워했음은 불문

가지다.

반면 영국 정부는 홍콩에 장기간 거주해온 외국인들에게는 인도적 차원에서 전원 국적을 부여해 주기로 했다.

인도.파키스탄인들이 주종을 이루는 이들 홍콩내 외국인들은 반환후 중국 정부에 의해 탄압받을 우려가 높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숫자는 현재 8천여명선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결국 이론적으로 최대 18만~19만명이 아무런 제한없이 영국으로 이주해올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취직이 어려운데다 물가마저 비싼 영국으로 이들 모두가 몰려들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물가가 저렴하고 직장 구하기가 쉬운 캐나다.호주등이 이민대상국으로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따라서 아직 뚜렷한 징조가 나타나진 않았으나 조만간 영국으로의 '탈(脫)홍콩러시'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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