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심리 진정 금리 내리막 - 환율급등 꺾이고 은행들 대출 재개도 큰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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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주일전만 해도 올들어 최고수준까지 치솟았던 실세금리가 연일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지난달 24일 연 13%를 기록했던 회사채 금리가 1일에는 12.48%로,14%를 웃돌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13.20%로 떨어졌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그동안 금리를 끌어올렸던 환율 급등,은행대출 위축,불안심리등의 요인들이 최근들어 풀리기 시작하면서 금리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금리가 내려가는 이유와 전망을 정리한다.

◇환율 진정=올들어 달러시세가 급등하자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원화자금으로 달러를 사재기하면서 시장에 원화자금 부족현상이 나타났다.그러나 달러시세는 지난달 28일 8백97원10전(매매기준율)까지 오른뒤 한풀 꺾였다.3월중 무역수지

적자(통관기준)가 18억7천만달러로 지난 1,2월에 비해 크게 줄어든데다 정부가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앞당겨 확대하고 기업들의 상업차관을 허용하는등 달러 끌어들이기에 나서면서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

이에따라 기업들이 달러를 팔아 원화자금을 늘리면서 자금사정이 좋아진 것도 금리안정에 한몫하고 있다.실제로 지난 2월말 43억7천만달러에 달했던 거주자 외화예금이 최근들어 40억달러 이하로 줄어들었다.

◇은행대출 활기=한보철강.삼미 부도이후 웬만한 기업에 대한 대출을 피하던 은행들이 태도를 바꿨다.지난달 26일 하나은행은 자금악화설에 시달리던 뉴코아에 3백억원의 자금을 빌려줘 숨통을 터줬고 조흥은행 역시 자금악화설로 고통받던 쌍

용자동차에 어음보증 방식으로 5백억원의 여신을 내주었다.이밖에 한일이나 청구,진로등 루머에 시달려온 기업들에도 거래은행들이 지원을 재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최근 기업도산 문제가 사회이슈화되면서 은행들도 극히 위험한 기업이 아니면 가급적 대출해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요감소와 심리적인 불안감 해소=불황이 계속되자 기업들이 설비투자와 재고를 줄이는 과정에서 자금수요가 줄어들고 있다.지난해 하반기 20%대에 달하던 재고증가율은 올 2월들어 13.5%까지 떨어졌다.이런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전반적인 금리하락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자금에 여유가 생긴 종금사나 투신사들이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매입을 늘리면서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연쇄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금리전망=전반적인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금리전망을 밝게하고 있다.4월의 경우 굵직한 자금수요는 월말의 부가세 납부(3조5천억원규모)정도다.통화당국도 돈줄을 비교적 여유있게 관리하고 있다.한화증권은 최근 이를

근거로 4월중 금리가 12%대 초반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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