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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개봉하는 영국영화 2편 - 주드. 조지왕의 광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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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연극무대의 전통이 강한 영국은 훌륭한 배우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한다.리처드 버튼.숀 코너리.앤서니 홉킨스.케네스 브래너.에마 톰슨등 할리우드 스타들중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들은 대부분 영국출신이다.올해 아카데미영화상에서 9개 부

문을 수상한'잉글리시 페이션트'도 제작비만 미국 돈일 뿐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주연배우는 영국인들이었다.

오는 5일 나란히 개봉되는'주드'(원제 Jude)와'조지왕의 광기'(The Madness of King George)는 영국배우의 훌륭한 전통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영국영화들이다.

19세기 빅토리아시대를 배경으로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펼쳐지는'주드'는 대문호 토머스 하디의 마지막 소설'비운의 주드'를 현대적 감각의 영상으로 풀어간 드라마.대니 보일감독의'셸로 그레이브'에서 회계사 데이비드로 깊은 인상을

남긴 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과 지난해'센스 앤 센시빌리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된 케이트 윈스렛이 공연한다.

'조지왕의 광기'는 18세기 영국왕실의 해프닝과 권력암투를 코믹하게 그려간 풍자영화.이 작품으로 95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헬렌 미렌과 우리에겐 낯설지만 영국 연극무대에서는 대배우로 존경받는 나이젤 호손이 무게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갑자기 정신이상을 일으키는 조지왕역을 맡은 호손은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대니 보일과 함께 영국에서 떠오르는 신예로 각광받는 마이클 윈터보텀감독이 만든'주드'는 고전문학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낡은 시대물이란 느낌을 주지 않는다.

도덕적인 위선과 계급사회의 엄격한 벽이 존재했던 빅토리아시대의 모순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던 하디의 이야기가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지닌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독은 주인공들의 성격,영상을 드라마틱하고 속도감 있게 연출해내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제도 앞에서 허물어지는 비극적인 사랑이란 지금도 얼마나 많은 연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는가.

주드는 대학진학을 꿈꾸는 시골 석공.얼떨결에 불행한 결혼을 한 그는 부인과 별거한 후 대학도시로 진출한다.석공일을 하며 사촌여동생 수를 사랑하게 된 주드.결혼에 묶여 감정을 자제하는 주드에게 실망한 수는 주드의 스승과 결혼해 버린

다.하지만 결국 금기의 벽을 깨고 동거에 들어간 두 사람.금기를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수지만 아이들을 잃자 결국 내재해있던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조지왕의 광기'는 영국사상 최장기 집권한 조지3세의 이야기.어느날 갑자기 망령증세를 보이자 왕세자는 집권의 야망을 드러내보이고 왕실은 권력암투에 사로잡힌다.하지만 왕의 광기는 치유돼 이 모든 것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버린다.왕실을 코믹하게 풍자하지만 우리 관객들이 재미 있게 따라가기에는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는 작품이다. 〈이남 기자〉

<사진설명>

토머스 하디의 소설'비운의 주드'를 현대적 영상으로 재구성한'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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