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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윤혜리 플루트 독주회를 보고 -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플루트는 적당히 소리내기에는 쉬운 악기지만 제대로 연주하려면 매우 어려운 악기다.플루트가 독주악기의 위치로 격상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오케스트라 멤버로서도 고도의 연주기량을 필요로 한다.

지난 28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윤혜리 플루트 독주회는 한국이 관악의 불모지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윤혜리는 데뷔앨범'엘레지아'를 선보인 후 가진 첫 고국무대에서 국제콩쿠르 입상과 뉴월드심포니 입단으로 증

명된 실력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날 연주에서 바로크 특유의 절제된 우아함을 선보인 플라티의'소나타'에 이어 연주한 슈만의'로망스'에서 플루트가 낼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소리로 성숙한 음악세계를 펼쳐보였다.

고다르의'3개의 소품'에선 왈츠 리듬의 생동감이 덜했지만 드뷔시의'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에선 유려한 선율과 다채로운 뉘앙스로 관현악 못지않은 분위기를 살려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바이올린 편곡으로 더 유명해진 프로코피예프의'소나타 D장조'.음역의 이동에 따른 다양한 음색과 주법을 적절히 구사했고 현대적 감각에도 충실한 연주를 들려줬다.윤혜리의 강점은 다정다감한 따뜻한 음색을 가졌다

는 것.하지만 때로는 화려함과 날카로움도 곁들여야 부드러움이 돋보이는 법이다.김대진의 피아노도 반주 역할에서 벗어나 좀더 과감하게 리드해가는 2중주 차원으로 발전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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