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로금리를 선언한 미국을 필두로 앞으로도 각국 중앙은행이 경제 부양을 위해 금리를 잇따라 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은 올라 투자수익률도 높아진다.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 저금리 시대가 계속될 수밖에 없어 ‘채권의 시대’를 점치는 전문가도 점차 늘고 있다.
◆잠재력 큰 회사채=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2일을 기준으로 채권형 펀드의 1년 수익률은 7.35%를 기록 중이다. 국내 주식형 -35.7%, 해외 주식형 -49.5%와 비교도 안 될 정도다. 지금까지는 국고채 덕분이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회사채가 채권 수익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국고채 금리는 즉각 반응했다. 이와 달리 은행채와 회사채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회사채와 국고채 수익률 격차는 4.2%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이 격차는 평균 0.66%포인트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본다.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돈을 풀고 구조조정으로 부실 기업을 솎아내고 나면 은행 주변에서만 맴돌던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수익률이 급등한다는 것이다.
◆험로 앞에 선 주식=반면 주식시장 앞엔 기업들의 도산과 구조조정이란 복병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23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내년 초 건설과 조선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도산의 여파는 해당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관련 산업과 금융업이 함께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살아남은 기업도 실적 하락의 풍파를 견뎌야 한다. 와이즈에프엔이 거래소에 상장된 169개 종목의 4분기 순이익 전망을 집계한 결과 1%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초 실적 발표 시즌이 오면 한바탕 충격이 예상된다.
다른 자산과 비교한 가격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이 주식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과 회사채(AA- 등급 3년물) 수익률 격차를 조사했더니 2.1%포인트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현재 주가가 이런 위험을 미리 반영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본격적인 증시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