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난국과 벤처기업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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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날로 심각해지는 환율 등 거시지표의 불안정한 흐름과 구조적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경제대책은 자본수지흑자의 확대와 벤처기업의 육성및 재정긴축으로 집약된다.세가지 정책의 줄거리는 현상황의 경제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방향을 잘 잡았다고 평가된다.

정부가 마련한 자본수지흑자확대책은 상업차관도입한도의 확대,기업별.계열별 해외주식증권 연간발행한도의 폐지,외국인투자기업에 운전자금용 외화차입허용및 외국인주식투자한도의 확대 등 상당히 전향적인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그러나 이같이 외자

도입을 늘린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외채누적이라는 부작용을 수반한다.늘어나는 외채를 적정수준에서 관리하는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경쟁력제고 기반마련을 위해 정부가 솔선수범차원에서 재정부터 긴축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한보와 삼미의 부도로 인한 자금경색을 막고 금리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서도 재정은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금융은 다소 여유있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이 점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경제장관회의에서 쓰러지지 말아야 할 기업을 살리는데 노력하라고 한 지시는 현장에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외자도입확대와 재정긴축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단기대책이라면 벤처기업의 육성을 통한 경제활력의 제고는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이다.문자 그대로 첨단기술개발능력과 창의적 도전정신을 갖춘 모험적 기업가와 위험은 있지

만 큰 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모험자본이 결합된 모험기업이야말로 우리가 처한 난국을 돌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이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위주의 산업구조조정을 위해서도,중소기업의 발전을 통한 경쟁구조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대기업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한도에서 제외하고 전용창업단지를 조성하는 등의 각종 지원조치 외에도 정부의 벤처기업발전을 위한 환경조성노력은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하면서 개입하는 형태보다 규제를 완화하면서 시장에서 기술과 자금이 결합되게 유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미국이 경제난국을 돌파하는데 벤처기업의 역할이 컸다고 해서 우리의 토양에서 하루아침에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처럼

나오리라 기대하긴 어렵다.전시행정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벤처기업이 클 수 있는 시장을 키워야 하고 그러러면 규제혁파가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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