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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파이낸싱 - 외국의 운영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70,80년대 해외건설의 보고(寶庫)였던 중동지역은 오일달러를 앞세운 아랍국가들이 직접 돈을 들여 건설사업을 벌이는게 특징이었다.

따라서 우리 건설업체들은 수주만 하면 돈 걱정없이 공사를 벌여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해외건설 주력시장이 인프라투자가 많은 동남아로 바뀌면서 시공사가 돈들여 시설물을 개발.운영해 투자비를 챙기는,이른바 개발형 프로젝트가 주요 수주대상이 됐다.

동남아국가들이 인프라투자에 민간자본의 참여를 꾀하는 것은 외채부담없이 선진기술까지 들여오는 2중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처에 널려있는 땅만 제공하면 건설회사가 모든 것을 알아서 지어주고,나중에 운영권과 시설을 되돌려받는 투자형 사업이야말로 동남아국가들이'손 안대고 큰 덕보는' 이상적인 개발방식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개도국들은 이같은 사업을 촉진시키기 위해 각종 제도까지 뜯어고쳐가며 외국업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해외 건설시장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한국업체들도 종전의 전통적인 단순공사 수주방식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건설시장은 동남아 뿐만 아니라 중남미.동유럽.아프리카등으로 넓어지고 이들 지역이 모두 투자개발형 사업을 전제로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종전방식의 단순공사에 목을 매는 업체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본은 90년대 중반부터 해외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노무라.미쓰비시중공업등이 중심이 돼 민간펀드를 만들어 투자개발형 사업사냥에 대거 나섰고,최근 2~3년간 미국.유럽등지에서도 10여개나 민간펀드가 생겨나 새로운 시장을 넘보고

있다.개도국의 낙후된 인프라투자를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속내는 자국(自國)건설업의 해외진출을 돕는게 목적이다.

다만 이들 기금이 최근 2~3년이내에 생겼기 때문에 아직까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벌여 이익금을 챙긴 실적은 거의 없다.

일본 AIDEC의 경우 현재 파키스탄.필리핀에서 2건의 인프라사업에 대해 프로젝트기금을 지원할 계획인 것을 비롯,현재 35건의 각종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

파키스탄 천연가스 화력발전소(2백35MW급)건설사업을 주도하면서 AIDEC 기금 7백만달러와 해외 상업차관 7백만달러등 모두 3천만달러(총공사비의 30%선)를 투자형태로 지원한 것외에 정치적으로 불안한 이 나라의 현실을 감안,위험

부담 보장을 일본수출입은행에 맡겨 안전성을 확보했다.

AIDEC는 또 총공사비 4억달러짜리 필리핀 국제공항 건설사업 가운데 나이아 제3터미널공사의 설계.건설과 25년간의 운영권도 떠맡았다.아시아 인프라펀드(AIF)는 공사비 15억달러 규모의 영국~일본간 해저광케이블 프로젝트에 주식매

입 형태로 5천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연간 26%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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