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수준에 실망 - 외국유학생들, 강의내용.시설.행정 모두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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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학교당국의 행정이 정말 부실해요.멜버른대에서 내가 한국에서 들어야 할 과목을 적시한 팩스를 보낸 적이 있어요.수강신청 변경기간이 지난뒤 멜버른대 교수의 E-mail을 받고 학생처에 가봤습니다.직원이 그제서야'있다'는

거예요.과목변경을 하려하자 기간이 지나 안된다는 겁니다.”(호주인 버나데트 오브리엔.Y대 국제학대학원)

“학생수에 비해 컴퓨터가 너무 부족해 연구자료 찾기가 매우 힘듭니다.차라리 미국에 가서 한국을 연구하는 것이 더 나을 뻔했습니다.”(스웨덴인 루이스 왈덴쉬트롬.Y대 국제학대학원)

“한국어 강의가 너무 딱딱하고 문법중심입니다.영어를 배우는 한국학생들도 회화엔 신경쓰지 않는 것같습니다.”(미국인 크리스토퍼 퍼스너.Y대 한국어학당)

“미국인 친구는 비자 발급비로 5천원정도 내는 것같은데 나는 5만원을 줘야했고 8주나 기다려야 했습니다.체류기간을 연장할 때는 2만원을 더 내야했습니다.친구 2명도 한국에 오고 싶었지만 비자 발급이 안돼 포기했습니다.흑인은 한국에

절대 오지말아야 할 정도입니다.”(가나인 이매뉴얼 아피아.Y대 국제학대학원)

국내 대학들이 외국 대학과 교류를 확대하면서 국내 대학을 찾는 외국인 학생들이 부쩍 늘고 있다.그러나 국내 대학에서 수학하는 외국인 유학생 상당수는“한국 대학에서 21세기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

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교육부가 최근 작성한 보고서'외국인 유학생 정책개선 종합연구'(연구책임자 김우상 숙명여대 교수)에서 밝혀졌다.보고서에는 연구팀이 Y대에서 유학중인 6개국 학생 8명과 나눈 대담 내용,그리고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

대.숙명여대에 유학중인 10개국 학생 9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겨 있다.

설문결과 국내 대학 시설에 대해 52%가'빈약하다'고 응답했고,80%는'자국 대학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특히▶기숙사의 통금시간등 행정편의주의.불결함.기숙사 직원의 불친절.비싼 가격▶도서관의 자료부족.이용불편.컴퓨터 부족▶강의실의

낡은 책.걸상▶운동시설.어학과정.휴식공간.한국어교육프로그램 부족등을 손꼽았다.

또 68%가'한국에 대한 첫인상이 기대보다 나쁘다',61%는'살면서 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50%는'한국을 재방문하는데 대해 부정적이다'고 응답했다.73%는'한국을 개발도상국으로 생각'했으며 대부분 소음.교통난.더러운 화장실.불

친절 때문에 인상이 나쁘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의 외국인 유학생은 지난해 4월말 현재 2천2백18명이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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