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신질환 격리만으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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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보건복지부가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 없이도 정신병자를 최장 6개월동안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공포했다.이로써 10여년간의 논란끝에 95년 제정된 정신보건법이 비로소 시행되게 됐다.강제입원 기준은 그동안 환자인권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만큼 선진외국에 비해 엄격하게 정해졌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우선 강제입원 대상으로 노이로제.의처증 등 신경증과 인격장애자 등은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나 자신에게 위해를 할 가능성이 높은 정신병자로 축소했다고 한다.또 상황이 급박한 때를 제외하고는 정신과 전문의나 정신보건전문요원만 강제입원

대상자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환자의 퇴원청구와 재심의도 가능하게 하는 등 절차를 엄격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의 강제성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강제격리는 가족이나 환자 본인과 마찰을 빚을 수 있는만큼 신고및 심의과정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또 단순한 사회안전장치로서의 기능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치료에 더 많은 노력

을 기울여야 한다.강제입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국내 중증환자는 8만~9만명 정도로 추산된다.이에 비해 정신과병상은 2만4천개에 지나지 않고 일반요양시설을 합하더라도 환자 대비 병상숫자는 선진국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니 치

료시설과 인력확충이 시급한 과제다.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정신질환자 대책이 장애인 차원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본다.각종 연구결과는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약물치료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이는 격리치료만이 해결책은 아

니라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신체장애인처럼 정신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재활노력이 가정과 사회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그러려면 정신질환자의 생활대책과 의료보장은 물론 재활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설과 인력을 갖추는 정부 차원의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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