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法制는 어떤가 - 생명공학 위축 우려 정부 입법 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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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인간복제를 금지하기 위한 입법조치요구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자세는 신중하다.

인간복제를 실현하기에는 국내 복제기술이 낮은 수준이어서 각계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생명공학의 위축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면서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인간복제등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의'유전자 재조합 실험지침'을 올 상반기중에 제정,7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생명공학의 연구와 이의 산업화 과정에서 예견될 수 있는 생물학적 위험성,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및 윤리적 문제발생의 사전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강구돼야 하며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의 이전.취급.사용에 대한 안전기준이 마련돼야 한

다”고 규정한 생명공학육성법 제15조에 따른 조치다.

새로 제정되는 지침의 23조는 “해당 부처.청의 장과 시험연구기관의 장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재조합등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실험의 금지등 윤리적 문제발생의 사전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지침'일 뿐이어서 복제금지를 강제할 수단은 여전히 없는 셈이다.

복지부 김문식(金文湜)의정국장은“복제기술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에서도 아직 인간복제금지가 입법화되지 않았다”며“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3년 정도 충분한 토론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회장 柳聖熙)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윤리를 지키기 위해 인간복제에 반대키로 했다.의협이 4월26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새로 채택하게 될 의사윤리강령의 30조는“인류사회와 생태계에 위협을 줄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연구를 중단하고 그 사실을 관련기구등에 보고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대한의학협회도 국내 복제기술에 대한 현황분석.평가작업에 들어갔으며 6월께 반대를 선언할 방침이다.

결국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입법은 적어도 수년간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복제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부와 금지론자들과의 논쟁은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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