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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부제 갈등 - 인기科만 선호 폭넓은 전공선택 취지 무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대 공대 섬유고분자 전공교수들은 최근 화학공학.공업화학과와 함께 속해 있는 섬유고분자.화학공학과군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지난해도 탈퇴의사를 밝혔다가 학교측의 만류로 철회했던 교수들은 전공 희망자가 갈수록 감소하자 98학년도

부터 신입생을 독자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대학본부에 전달했다.

연세대 문과대는 지난달 중순부터 신입생 수강신청을 받으면서 전체 학생 7백명중 4백여명이 영문과 기초과목인 영어영문학 입문으로 몰리는'수강 대란'을 겪었다.지난해부터 실시된 학부제에 따라 학생들간의 인기전공 선점경쟁이 치열했기 때

문이다.

시행 2년째를 맞고 있는 학부제가 학생들에게 폭넓은 전공선택 기회를 부여하고 교수의 강의부담을 줄이는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제는 95년 둘이상의 유사학과를 묶어 통합적인 교육을 실시,국제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인기전공 선점경쟁

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학부제 도입 대학은 전국 1백81개 대학 가운데 국.공립 18개,사립 52개등 70개에 이른다.모두 1천30개 학과가 4백13개의 학부로 개편돼 평균 2.49개 학과가 한 학부로 속해 있다.

그러나 대학내에선 학부제를 둘러싼 갈등이 그치질 않는다.

경북대 황석근 교무부처장은 학부제의 문제점으로▶학생들이 전공선택때 인기.비인기학과간 갈등▶교수의 강의시간 배정시 교수간 갈등▶학부학생 지도의 어려움등을 지적한다.

이밖에▶전공 이수학점의 과다▶선택과목등의 부실화 가능성▶학생들의 소속감 결여▶특정 전공에 대한 편중지원으로 교육시설 부족▶교수들의 전공 이기주의 심화등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공선택을 둘러싼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대학과 학생간의 갈등은 심각하다.

할당제 도입 반발심해

서강대가 최근 2학년의 전공신청을 받은 결과 문학부 외국어문계 2백4명중 영문학 전공에 1백96명이 몰린 반면 독문학.불문학 지원자는 각각 5명과 3명에 불과했다.사회과학부는 신문방송학에 79%가 몰렸으며 자연과학부에서는 35.1%가 수학전공을 신청했다.

서울대등 많은 대학은 비인기학과.전공의'보호'를 위해 학과.전공별로 정원 할당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난해 한 지방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장기간 농성까지 하는등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은 거세기만 하다.

서울대 자연대 2년 오은정(20)양은“전공 할당제는 사실상 성적순으로 전공을 배정하는 것으로 이 때문에 학생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다시 입시를 치르는 셈”이라며“학생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학부제의 근본취지인 만큼 문호를 완전히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신복 교무처장은 이에 대해“전공편중 현상이 뚜렷해 성적순으로 선발할 수밖에 없으며,앞으로 전공의 특성화와 홍보 강화를 통해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발로 서강대.중앙대등 일부 대학은 학생들의 희망 전공을 전부 반영키로 했으나 학생들이 외면하는 비인기 전공의 고사(枯死)현상에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非인기과 枯死 우려

학생들은 그러나 대학들의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고,많은 교수들은 교육부가 대책없이 성급하게 학부제를 도입해 혼란을 초래했다고 불만이다. 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 고등교육연구실장은“대학이 복수전공제 활성화를 위해 최소전공 인정 학점제를 도입하고 학점.전공 선호도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전공 배정방식을 개발하는등 학부제 보완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전남대 구자옥 교무처장은“폐강기준을 완화하고 비인기 전공자에 대한 장학금.연구비 지원확대,학부제 교수와 학생정원 연동제 실시,전공과목 확대등으로 인기.비인기학과간 갈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나현철.김영호 기자〉

<사진설명>

시행 2년째를 맞는 학부제가 인기학과를 선호하고 비인기학과는 외면하는 학생들의 전공배정 문제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은 이달초 서울대생들의 수강신청 모습. [서울대 대학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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