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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DNA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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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1. 2006년 5월 15일 오후 11시50분. 안양시 C빌딩 앞에서 김모(26)씨는 술에 취한 20대 초반 여성을 차에 태웠다. 세 시간 뒤 여성은 숨진 채 발견됐다. 컴퓨터회사의 영업사원인 그는 한 달 반 사이에 20대 여성 2명을 더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성적 충동과 채무 때문에 연쇄살인을 저질렀다. 안양·군포 20대 여성 연쇄살인범으로 지칭된 그는 최근 “(첫 살인 때) ‘납치다’ ‘강간이다’고 소리를 질러 입을 틀어막았더니 너무 쉽게 죽었다. 두 번째부터는 인형을 다루듯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알고 죽였다”고 말했다.

# 2. 강모(40)씨와 동네 후배 강모(37)씨는 절도 전과자다. 두 사람은 2001년 10월부터 차량강도를 저질렀다. 두 달 사이 서울 강남과 홍대 등의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에서 남녀 취객 21명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들은 피해자 중 3명을 ‘카드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했다.

국내 다수살인범 대부분은 김씨와 강씨처럼 단순 절도와 강도, 폭행범 등에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박상기)과 공동으로 구속 수감 중인 다수살인범(Multi-Murderer) 54명을 프로파일링한 결과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원들은 다수살인범 54명 중 인터뷰에 응한 25명을 지난 7월부터 3개월에 걸쳐 만났다. 다수살인범을 집단 인터뷰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분석 대상자에는 정남규 등 사형수 11명도 포함됐다. 영화 ‘추격자’의 장본인인 유영철은 인터뷰를 거부했다.

조사 결과 54명 중 살인 범행 이전 전과자는 44명(81.5%)이었다. 초범은 11명에 불과했다. 1997~2006년 10년간 전체 살인범죄자의 전과자 비율(61%)보다 다수살인범들의 전과자 비율이 20%포인트 높았다. 전과 보유자의 절반가량인 19명(43.2%)은 10대 때 처음 범죄를 저질렀다.

첫 죄명은 절도(17명)가 가장 많았다. 폭력 관련 전과자는 16명이었다. 하지만 최종 전과기록상 폭력 관련 전과자는 52명에 달했다. 초범 때에 비해 3.3배 많아진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경력이 쌓여가면서 폭력성이 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수살인범의 살인 범행 시 평균 연령은 35.4세였다. 단순 절도범이나 폭행범이 다수살인범으로 진화할 때까지 평균 13년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다수살인범 54명에게 숨진 피해자는 모두 197명. 살인범 한 명이 3.6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았다. 특히 피해자의 64.5%는 살인범과 평소 안면이 없었던 제3자였다.

박상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살인 유전자가 있다고 볼 개연성이 없다”며 “다수살인범 대부분이 강도와 성폭행 같은 폭력성이 강한 범죄자에서 진화한 만큼 종합적인 범죄예방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박유미 기자

◆범죄 프로파일링=범행 현장의 행동분석을 통해 범인의 성격, 행동패턴, 직업, 학력 등 범죄자 유형을 추정하는 수사기법. 미 연방수사국(FBI)은 연쇄살인범들의 범죄 데이터를 축적해 새로운 범죄 발생 시 범죄자 유형을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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