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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전폭적 지원 … 칭화대, 60억원짜리 현미경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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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과학기술정보연구소가 ‘2008년도 중국 과학기술논문통계’를 발표한 지난 9일, 중국 정부와 학자들은 새로운 성취감에 환호했다.지난해 과학기술논문색인(SCI)에 실린 중국 과학·기술인들의 논문 수(9만4800여 건)가 세계 논문의 7.5%를 차지하면서 사상 처음 일본을 제치고 미국·영국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2003~06년에는 줄곧 5위였다. SCI 논문 피인용 건수도 265만 건으로, 2006년 19위에서 10위로 높아졌다. 논문의 양적·질적인 면에서 모두 성장한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중국 대학·연구소들의 연구력이 20여 년 만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비결은 중국 정부의 ‘경쟁적 선택과 집중 투자’에 있다.

중국 베이징 칭화(淸華)대 재료공학부 실험동에 자리한 베이징전자현미경센터에는 중국 유일의 60억원짜리 전자현미경이 설치돼 있다. 이 센터의 관리를 맡고 있는 주징 원사(석좌교수)가 현미경의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베이징(北京)의 대학촌인 학원로에 있는 칭화(淸華)대 캠퍼스. 11일 오후 동쪽 문을 통해 캠퍼스 안으로 200여m를 들어가자 재료공학부 실험동이 나왔다. 이곳은 수십억원대 고가 실험 장비들이 모여 있는 재료공학부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입구에선 국가대형과학실험기기센터, 마이크로파와 디지털 통신기술 국가 중점 실험실, 베이징 전자현미경 센터 등 큼지막한 간판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재료공학부는 올 9월 네덜란드 필립스사로부터 3000만 위안(약 60억원)짜리 전자현미경을 도입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굉장히 비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에선 가장 비싼 장비였다. 베이징 전자현미경센터의 관리 책임자인 주징(朱靜) 교수는 기자에게 현미경을 보여주면서 “이 장비를 구입했을 때 재료공학부는 축제 분위기였다”며 “정부 지원으로 0.78옹스트롬(Å, 1옹스트롬은 100억 분의 1m)까지 판독할 수 있는 초정밀 장비를 갖추니 더 우수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런 정부 투자 덕분에 칭화대 재료공학과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재료공학부 금속재료연구소장인 위룽하이(于榮海) 교수는 “지난해 800여 편의 논문을 SCI에 게재해 2005년에 이어 또다시 세계 2위를 기록했고, 논문 인용률은 2005년 세계 14위에서 지난해는 10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연구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일 지멘스, 한국 삼성전자, 일본 도요타 자동차 등의 민간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대학들은 1990년대 초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중국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211공정(工程:프로젝트)’으로 집중 투자하면서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21세기를 앞두고 과학 교육으로 국가를 부흥시킨다는 ‘과교흥국(科敎興國)’ 의 철학 아래 100여 개 대학·학과를 중점 육성한다는 구상이었다. 정부는 우선 관련 법을 신속하게 정비해 재원 조달, 과학기술자 장려 방안 등을 세운 후 막대한 재원을 대학에 쏟아부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95~2005년 중국 정부가 211프로젝트의 1기·2기 사업에 투자한 예산은 370억 위안(약 7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위 교수는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덕분에 10년 전에는 엄두도 못 내던 최첨단 장비를 지금은 손쉽게 실험실에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제한된 재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철저한 경쟁시스템을 도입했다. 학자들의 연구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99년부터 국가 최고 과학기술상, 국가 기술 발명상, 국가 자연과학상 등을 만들어 1인당 100만 위안(약 2억원)을 지원했다. 우수한 연구자를 뜻하는 ‘창장(長江) 학자’로 선정된 교수들에게는 별도로 연간 20만 위안의 연구비를 지급하고, 세계적인 성과를 낼 만한 교수에게는 연봉 100만 위안을 주는 ‘쌍백(雙百)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공부한 우수한 교수진도 적극 영입했다. 위 교수는 “칭화대 재료공학부의 경우 교수 60여 명 대부분이 10년 이상 해외에서 연구한 교수들이고, 이 중 4명은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 원사(석좌교수)”라며 “나도 5년 전 미국에서 귀국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홍콩=최형규 특파원, 뉴욕=남정호 특파원,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 서울=박경덕·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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