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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육시설서 산타 연주회 열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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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양성원(첼로·右)·김은식(바이올린)씨는 연주자 부부지만 함께 공연하는 일은 드물다. 보육시설에서도 연주하는 이번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9년 만의 한 무대. [사진작가 로빈 김 제공]

22·23일 ‘양성원의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출연하는 로망 귀요(프랑스·클라리넷), 야마구치 히로아키(일본·피아노)는 입국 날짜를 하루 앞당겼다. 한 번의 연주회가 갑자기 추가됐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서울 소년의 집’, 300석 남짓한 작은 강당에서 21일 오후 4시 여는 콘서트다.

“솔직히 좀 놀랐어요. 친구들이 두말할 것도 없이 찬성했거든요.” 소년의 집 콘서트는 첼리스트 양성원(41), 부인 김은식(36·바이올리니스트)씨의 아이디어였다. “연주료도 못 주고 무대도 열악하다고 했지만 오래 생각해보지도 않고 하겠다더라고요.”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소년의 집은 2~13세의 아동 800여 명이 살고 있는 보육시설이다. 양씨는 “몇 해 전 협연한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와 함께 이곳에 들렀어요. 서울 공연을 왔던 부산 아이들이 이곳에서 머물고 연습도 했죠”라며 소년의 집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콘서트에 함께 출연하는 김씨는 “함께 모여 사는 아이들 틈에서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을 느꼈어요”라며 보육원 공연의 의미를 풀이했다. 소년의 집 콘서트 프로그램은 22·23일의 본 공연과 똑같다. 현재 70% 정도 표가 팔려나간 인기 콘서트가 보육원으로 장소만 옮긴 셈이다. 지난해 시작한 양성원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익숙한 캐럴을 신선하게 편곡해 큰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이다.

“강당에는 연습용 작은 피아노뿐이고, 소리도 잘 울리지 않아서 하나하나 손 봐야 해요.” 양씨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소년의집에서 하는 연주회야말로 우리를 진짜 산타로 만드는 무대”라고 말했다. 김씨는 “물질적인 선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음악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음악 나눔이 아닐까 해요.”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남편의 사촌 누님 부부는 매주 주말마다 이곳에서 봉사를 하시죠. 이비인후과 의사이셔서 무료 진료를 해주세요. 거기에 비하면 음악회 한 번은 아무것도 아니죠.” 부부는 “가급적 알려지지 않는 게 좋겠다”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연주회를 즐기기 힘든 이들을 찾아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 나눔’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한국페스티벌 앙상블은 10년 넘게 제천의 보육시설인 영육아원을 찾고 있고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는 가난한 환자들의 병원인 ‘요셉 의원’을 위해 10년 동안 연주회를 열었다. “사실 이런 연주는 이분들처럼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해야 더 재밌는데 말이에요.” 양씨가 빙그레 웃었다.

양씨 부부와 5명의 연주자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22일 세종문화회관과 23일 안양 평촌아트홀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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