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간] '남재 김상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재 김상협
남재 김상협선생 전기편찬위원회 엮음, 한울, 912쪽, 4만5000원

‘고려대의 영원한 총장’으로 기억되는 남재(南齋) 김상협(金相浹·1920∼95) 선생의 평전이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폭넓었던 그의 삶의 크기를 체감하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20세기 초반에 태어나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타계한 남재와 그의 가계를 통해 굴곡 많았던 우리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는 책이기도 하다. ‘남재 김상협선생 전기편찬위원회’(위원장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가 주관해 3년간의 자료 조사와 집필 끝에 선보였다. 남재가 쓴 일기와 언론·출판 기록, 그리고 수많은 지인의 회고와 증언을 토대로 했다.

남재는 1942년에 일본 도쿄대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46년 9월 고려대 정치학과 조교수로 발령을 받으면서 본격 학자의 길로 들어선다. 해방 직후 서울대 정치학과에 만학으로 입학한 양호민 전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 정치학이 없던 시절에 김상협 선생은 정치학자로서 거의 유일한 존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생 자신이 곧 이 땅의 정치학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후 남재는 두 차례 고려대 총장을 지냈으며, 문교부장관(62년)과 국무총리(82년)를 지내기도 했다.

총장 시절 그는 고려대를 사학의 명문으로 키워내는 행정력을 발휘했지만 유신시대와 대비시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암울했던 유신 시절 대학생들의 정신적 지주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그가 한 대학의 총장을 넘어 ‘사회의 어른’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했다.

배영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