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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도>45. 영화음악 - 국내의 현황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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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영화'서편제'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통산 1백만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고 FM라디오에서 영화음악 프로그램이 수십년간 건재하는 것이 영화 음악의 비중을 단적으로 알려 준다.

그러나 초기 한국의 영화음악은 영화 자체의 미흡함 보다도 더 미흡한 수준이었다.

대중가요 작곡도 겸하고 있던 황문평.김성태.정민섭씨 등이 활약한 50,60년대의 영화음악들은 한해 수십편의 영화음악을 담당했던 이들 작곡자들이 러시필름조차 볼 겨를도 없이 하루아침에 시나리오만으로 악상을 떠올려 창작해냈던게 현실이었다.

따라서 영화음악 고유의 장르를 발전시켰다기 보다는 영화의 인기에 편승한 노래들이 양산됐다.

우리 대중음악계의 원로인 황문평씨를 비롯한 정민섭.최창권씨 등은 지금까지 3백60여편의 영화음악을 담당한 엔니오 모리코네보다 훨씬 많은 4백여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60년 창설된 영화음악작곡가협회(회장 李哲赫)는 영화음악을 전문으로 만들어내는 음악인들의 모임으로 창설됐으나 최근 음악인들은 영화음악만을 작곡하는 경우가 드물어 회원가입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철혁회장은“영화전체가 조악하게 만들어졌던 예전에 녹음기술마저도 열악한 환경에서 금방 그럴듯한 멜로디를 만들어냈던 것도 대단한 재능들이었다”고 술회한다.

특히 요절한 하길종 감독의 시도를 제외하고는 기존 음악들을 영화의 여러 장면에 적절히 도입해 이렇다할 효과를 본 영화작가는 지금까지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임권택 감독의'씨받이'등 80년대 작품들과 정지영의'남부군'등 비교적 대작들의 음악을 맡은 신병하씨는 우리 풍토에서 보기드문 영화음악만을 전문으로 만드는 음악인으로 꼽힌다.

배창호 감독의'고래사냥'에 출연하면서 영화음악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 로커 김수철은 공전의 히트작인'서편제'에서 국악을 사용,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김수철은'태백산맥''칠수와 만수''베를린 리포트''경마장 가는 길'등 주요 작품의 음악을 맡아 한국영화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수철에 앞서 국악을 영화음악에 도입한 작곡가는 김영동으로 그는'삼포 가는 길'등에서 현대적인 국악을 성공적으로 영상에 접목시켜 우리 고유의 영화음악 창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했다.

TV드라마와 무용.연극음악 등에서 잔뼈가 굵은 이동준은 다양한 기능음악을 연구해오다 지난해 히트작'은행나무 침대'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수상했다.'구미호''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등의 음악을 맡은 그는 최근에도'초록물고기''지상만가'의 음악을 맡아 줄기찬 활동을 벌이고 있다.

록 음악의 실력자 신대철도 지난해 개봉된 김영빈 감독의'나에게 오라'에 참여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한편 가수 이상은이'홀리데이 인 서울'의 음악을 맡았는가 하면 최근 여러가지 기행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삐삐롱스타킹은 장선우 감독의 새 영화'나쁜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는 등 신세대 음악들도 영화에 수용되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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