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장 '비키니섬' 청정 관광지로 탈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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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인간이 망친 섬을 자연이 치유했다.'핵군도'비키니섬이 무공해 관광지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

지난 46년에서 58년까지 무려 22차례의 원자폭탄.수소폭탄 실험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 남태평양 마셜군도의 비키니섬.54년엔 히로시마(45년)에 투하된 원폭보다 7백50배나 강한 수폭을 실험함으로써 이곳의 작은 섬 3개가 지구

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다.그러나 40년이 흐른 지금 비키니섬은 핵폭발과 방사능 오염등 과거의 불명예스런 말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과학자.환경전문가들로 구성된 6개 단체는 최근 비키니섬에 대한 합동조사를 마치고 이곳이 핵의 영향에서 거의 벗어났다고 판정했다.청정해역에서만 볼 수 있는 바다거북이 다시 나타나고 은빛 모래와 비취빛 바다가 원래 색깔을 찾는

등 비키니섬의 자연환경이 원상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이에따라 핵실험 때문에 인근 에지트섬으로 강제이주했던 2천2백명의 원주민중 일부가 고향으로 되돌아오고 전세기를 이용한 관광객이 늘어나는등 비키니섬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비키니섬이 내거는 관광상품은 '핵에 대한 반어(反語)'.그간 핵으로 인해 망가진 자연이 극적으로 되살아난 현장을 통해 핵에 대한 경각심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것이다.

관광청 관리인 에드워드 메디슨은“비키니섬은 천혜의 자연외에 가장 중요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그것은 바로 지난날의 핵실험 본거지라는 점”이라고 이곳의 관광산업 부흥을 자신했다.파괴의 상징인 핵은 아이로니컬하게도'무공해 비키니'를

알리는 가장 중요한 매력포인트가 되고 있다. 〈임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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