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보재수사 의혹 안 남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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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이헌(韓利憲).이석채(李錫采)전청와대경제수석의 대출개입이 새롭게 드러남에 따라 한보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재수사의 불가피성이 제기되면서 고건(高建)총리도 법무장관에게 철저한 보완수사를 지시했다.마침 김현철(金賢哲)씨의

국정개입의혹에 대한 수사가 맞물려 있어 재수사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검찰은 이번이야 말로 한보사태의 실체적 진상을 밝혀 난국을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실추된 위상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심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두 전직청와대경제수석의 개입이 확인됨으로써 한보사건은 홍인길(洪仁吉)의원이 중심이 된 개인비리가 아닌 조직적인 권력형 비리의혹이 더욱 뚜렷해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아직도 소극적인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두 전경제수석에 대한 처리를 보더라도 진술에만 의존해 금품이 오간 사실이 없다며,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과연 그 엄청난 돈을 대출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도 대가가 없었는지

적극적인 추적과 확인이 필요하다.금품수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직권남용의 혐의를 완전히 벗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검찰은 洪씨를 포함해 3명의 전직청와대수석이 관여됐다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에 대해 설명이 없다.5조원이라는 막대한 대출규모를 세 수석간의 관계로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뒷선에 대한 단서를 잡고도 감추고 있거나 수사

가 확대되는 것에 부담을 갖고 직무유기한 것은 아닌지 궁금한 일이다.검찰은'몸체'에 대한 의혹을 풀 의무가 있다.기존수사를 통해 면죄부를 줬던 경제부처관계자들의 잘잘못도 재수사로 다시 가려야 할 과제다.

재수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수사진용을 새로 짜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현재의 수사팀은 계속 멈칫거리면서 떼밀려왔다.의지가 보이지 않을뿐 아니라 그동안의 사태로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수사팀을 바꿔야 국민의 신뢰도 높아

지고 수사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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