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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 2008] ‘위작 논란’에 날 새고 양도세에 멍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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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박수근의 ‘빨래터’가 45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미술시장 반짝 호황의 상징이었던 ‘빨래터’는 올 초부터 위작 시비에 시달렸고 이 파문은 내년까지 갈 전망이다. [중앙포토]

지난해 신정아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미술계가 올해는 또 다른 가짜 논란에 휘말렸다. 박수근(1914~ 65)의 ‘빨래터’ 진위 여부는 해를 넘길 전망이다. 또한 논란 끝에 2011년부터 미술품 거래에 양도세가 부과된다. 미술계의 악재투성이 한 해를 5개의 키워드로 짚어본다.

가짜

2008년 벽두부터 미술계는 위작 파문으로 난리를 겪었다. 지난해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 국내 경매 사상 신기록을 세운 박수근의 ‘빨래터’는 미술시장 반짝 호황의 상징이었다. 이제 이 국민화가는 미술계의 불투명성, 자정능력 결여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경매사 측은 안목감정·과학감정을 통해 명예회복을 시도했지만 의혹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술계 내에서 해결을 못봐 법정까지 갔으나 이제 2차 공판을 마쳤을 정도로 지지부진하고, 과학감정을 의뢰받은 서울대에서는 최근 담당자를 징계했다. 미술계에 공정한 감정시스템 확립을 촉구하는 사건들이다.

경매

지난해 미술시장의 성장동력은 경매였다. 여세를 몰아 올 초 신생 경매사들이 등장했으나 급속한 시장 냉각이라는 암초에 부닥쳤다. D옥션·오픈옥션·인터알리아는 현재 경매사업을 보류중이다. 양대 경매사는 올 하반기 각각 해외 진출에 나섰다. 서울옥션은 홍콩에서, K옥션은 마카오에서 첫 경매를 열었다. 시장 위축과 세금 등 국내의 악재를 딛고 아시아 미술시장 허브 확보를 위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나 국내 실적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16일 열린 서울옥션의 올해 마지막 경매 낙찰률은 55.2%, 10일 열린 K옥션 경매는 52.2%다. 불황이 심화될 거라고들 하는 내년이다. 반토막 낙찰률로 2009년을 맞아야 하는 경매사들은 착잡하다.

미술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공석이다. 지난 정권 초 임명, 한 번 연임되면서 6년째 미술계의 수장 자리를 지켜온 김윤수 관장은 코드인사 논란 끝에 지난달 해임됐다. 김 관장의 퇴진은 미술계 수장까지 코드논란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는 자괴감부터, 미술 호황의 시대에 국립미술관은 제 구실을 했는가 하는 질문까지 불러일으켰다. 과천에 떨어져 있는 국립미술관의 지리적 단점을 보완할 분관을 시내인 기무사 터에 짓자는 범미술계 운동이 벌어졌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화부는 신임 관장을 물색 중이다. 국내 최대의 사립 미술관인 리움도 기획전을 모두 접은 채 개점 휴업 중이다. 미술계의 제도권으로서 전시·연구에서 무게 있는 화두를 던지며 한국 미술의 방향을 이끌어야 할 미술관들이 맥을 못 춘 한 해였다.

비엔날레

격년제 대규모 국제전인 비엔날레가 풍성한 가을이었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는 각각 36만여 명, 16만여 명, 14만여 명의 관람객을 모으고 폐막했다. 이 시기 상하이·싱가포르·요코하마 등 아시아 곳곳에서도 일제히 비엔날레 혹은 트리엔날레가 열렸다. 세계 미술계의 활력소로 아시아 미술이 주목받은 가운데 아시아에서 주도적으로 열린 대규모 국제 미술행사들이다. 이 중 올해로 7회를 맞은 광주비엔날레는 역사나 규모, 화두 면에서 아시아 비엔날레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지자체 간 경쟁으로 전문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게 우리 비엔날레의 딜레마다. 다수의 비엔날레를 동시에 치른 올해, “비엔날레 과잉 시대”(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라는 지적이 또다시 나오는 배경이다.

세금

90년대부터 논란이 일던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안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2011년부터 6000만원 이상 미술품은 과세 대상이 된다. 다만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은 제외된다. 거래자의 신원과 거래내역 공개를 꺼리는 국내 컬렉터들의 속성상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게 미술계의 우려다. 정부가 조세정의 확립에 의지를 갖고 추진했지만 세금 부과를 위해 미술품의 재화가치 산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 방안 마련에서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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