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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함정호 신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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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보사건 이후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법원 역시 영장실질심사제 운용을 둘러싸고 검찰과 갈등을 빚는등 법조계가 시끄럽다.법조삼륜(法曹三輪)의 한축인 대한변협 함정호(咸正鎬)신임회장을 이상언(李相彦)사회부차장이 만나

한보사건 수사결과,영장실질심사제를 둘러싼 법원.검찰의 마찰등 최근의 사회 관심사에 관해 얘기를 들어봤다.지난달 22일 취임한 咸회장은 검사 출신이다.67년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로 재직하면서 동백림 사건을 맡아 중앙정보부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송치한 독일 유학생 裵모씨를 불기소처분과 함께 석방,세상을 놀라게 했던 서슬퍼런 시절의 튀는 검사였다.13년간의 검사 생활후 변호사 개업을 한지 25년.변호사란 직업에 무한한 애착을 느끼지만 일부 변호사들이 수임료 시비,불성실 변론등으로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을 때면 낯이 뜨겁다고 했다.이 때문에 咸회장은 취임 일성부터 변호사들의 사회 봉사와 인권단체로서의 대한변협 위상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만난 사람="이상언" 사회부차장>

-22일이면 회장취임 1개월이 되는군요.뒤늦게나마 회장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변호사의 사회적 위상이 많이 떨어졌습니다.그래서 변협의 위상도

덩달아 떨어졌지요.위상을 다시 세우고 강력한 변협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어깨가 무겁습니다.열심히 해서 변호사들의 사회적 신뢰도를

회복시키려 합니다.”

-최근 검찰의 한보수사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보통이

아닙니다.한때 검찰에 몸담았던 분으로서,또 법조삼륜의 하나인

변협회장으로서 왜 이런 일이 비롯됐다고 보십니까.

“국민들은 검찰수사를 통해 누가 한보가 그 지경이 되도록 했느냐를

알고자 했던 것 아닙니까.왜 그토록 무모한 한보사업을 정부가 인가하고

막대한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하게 했느냐에 대해 진실을 가려달라는

것이었는데 검찰 수사는 실체를

가리는데 아주 미흡했지요.기껏 수사했다는 것이 주변에서 커미션을 받고

은행대출에 압력을 넣은 정치인 몇명입니다.나는 결국 검찰이 외압에 의해

실체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검찰 퇴임후 公職제한 당연

-검찰이 처음부터 적극적인 수사의지가 없었다고 보십니까.

“그렇지요.한마디로 검찰이 아직도 정권이나 정치권으로부터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독립하지 못한 것입니다.그 책임은 분명 검찰 수뇌부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보사태와 같이 정권과 관련된 의혹이 제대로 수사되려면

검찰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 겁니까.

“과거엔 검찰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몰리지 않았습니다.굳건한 기상과

독립성을 갖춘 때가 분명히 있었는데 5.16쿠데타이후

박정희(朴正熙)정권때부터 독립성을 침해받기 시작했어요.이후 독재정권에

대한 국민의 저항을 처단하는 수단으로 검찰

이 이용돼 왔고 문민정부에서도 정권이 검찰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데엔 변함이 없다고 봐요.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 자신의 신뢰회복

노력입니다.”

-현재 땅에 떨어진 검찰에 대한 신뢰가 쉽게 회복될 것같지 않은데요.

“검찰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중립을

지키고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근본적으로 검찰조직이 행정부에 속해

있어 인사권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요.정권이 주문한 것에

저항하면 불리한 인사처분을 받기때

문에 출세에 지장이 생기고,그래서 직을 걸고 외압을 배척해야 할

수뇌부들이 그렇지 못하는 겁니다.검찰총장을 2년 임기제로까지 만들어

뒷받침해줬는데 요즘은 임기후 출세까지 생각하는 것같아요.의지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신뢰회복이 가능합니

다.검찰 독립에 대한 수뇌부의 의지가 박약해 작금의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수뇌부의 의지만 믿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한게 아닐까요.

“인사권 차단이 핵심이니까 총장은 몰라도 다른 수뇌부 자리는

외부인사를 포함시킨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의결하게 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또 청문회등 국회인준 절차를 거쳐 사람 됨됨이를 검증하고

선서시키는 방법도 있겠지요.그렇지만

저는 솔직히 (검찰 독립을 위해)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에 창피함을

느낍니다.일본은 우리와 검찰조직이 같은데도 정치적 침해를 받지 않아

정권을 무너뜨릴 정도예요.똑같은 조직아래서 일본은 왜 독립을 지킬 수

있느냐 하면 사람의 의지

때문이지요.일본 총장은 퇴임후 장관하는 일이 없습니다.총장으로 공직을

마치는 것이 전통입니다.”

-얼마전 몇몇 검찰간부들이 총장의 퇴임후 공직취임을 제한하는 법안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냈는데요.

“퇴임후 공직제한은 현직에 있을 때 정치에 영합하지 말라는

겁니다.공직자 윤리 문제지요.사실 윤리적으로 지켜야 할 일을 지키지

않으니까 법으로 만든 것 아닙니까.자성해야 할 입장에서 위헌 운운하는

것은 법률 문제를 떠나 삼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귀추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근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차남 현철(賢哲)씨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검찰은 확고한 입장을 가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국가전체가 위기에 빠진 상황까지 와버렸는데 검찰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현철씨가 단순한 인물이 아니니까 검찰이 신중을 기하는 것은

이해합니다.검찰은 범죄수사가 목적이니까 범죄구성요건 없이 함부로

수사하기도 쉽지 않겠지요.또 (현철씨가)공무원도 아니고….그러나 나라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문제를 일으켰다

고 하고 유포된 많은 사례가 있으니까 풍문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내사를 꾸준히 해서 증거가 나오면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검사 수사지휘권 없어

-검찰은“우리는 국민들의 모든 의혹을 해소하는 기관이 아니라

범죄혐의를 찾아 처벌하는 수사기관일뿐”이라며“왜 모든 것을 우리가

떠맡아야 하느냐”고 하소연하고 있는데….

“풍문이 풍문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범죄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검찰도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정치공세일 가능성도 있고 유언비어를 일일이

조사하면 인권침해 시비도 있을 수 있습니다.그렇지만 이번과 같은 사안은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의심

할 정도인데 검찰이 뒷짐만 지고 있어야 되겠습니까.적어도 내사라도

적극적으로 해야지요.”

-한보사태에서 보듯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직접 지시한 뒤

검찰이 움직이는 예가 적지 않았습니다.이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잘못된 일입니다.대통령은 검사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습니다.수사는

검사만 할 수 있습니다.그래서 일반검사에 대해선 총장이 지휘하는 것이고

법무부장관은 일반검사가 아닌 총장만을 지휘합니다.대통령은 검사가

아니니까 장관을 통해서만 검

찰을 지휘할 수 있는 겁니다.”

-한보사건을 계기로 야권과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지 않습니까.

“과거 4.19나 5.16때 하부조직을 갖춘 혁명검찰이나 특별검찰이

있었습니다.그런 기구를 만든다면 특검제가 성공할 수 있겠지요.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하는 정도입니다.이것은 미국의

특검제처럼 백지상태에서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수사자료를

검토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또 기존 수사기관 사람들이 한시적인

특별검사에게 잘 협조할지도 의문입니다.솔직히 (검찰을)하도 믿을 수

없으니까 변협도 특검제의 필요성은 인정

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최근 영장실질심사제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또 변호사 입장에서

영장실질심사제의 운용이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제도는 새로 시작한 제도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그런데

과거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생각할 정도로 영장 발부가 많았으나

올해부터는 불구속수사 원칙으로 돌아가다 보니 수사기관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양기관의 권위싸움으로 번져 감정적으로 비화된 측면이

있습니다.해결방법은 서로 목청높여 떠드는 것이 아니라 법원과 검찰의

실무팀이 책상에 마주 앉아 협의하는 일입니다.자기쪽 주장만 관철하려

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우리도 법제위원회와 인권위원회에서

제도상.운영상 문제점이 무엇인지,대안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습니다.다만 현실적으로는 법원이 구속에 관한 엄정한 기준을 설정해

공정하게 처리하되 모든 피의자를 구인해 신문하

기보다 다소 모호한 사안에 한해 실질심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사실 1백% 실질심사를 하려면 미국처럼 경찰서마다 판사가

배치돼야 할지도 모릅니다.영장 전담판사를 늘린다든지 인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비판.견제기능 아직도 건재

-문민정부 들어 인권단체로서 변협의 비판.견제기능이 많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변협의 기능이 약화됐다기보다 5,6공하에서 독재정부와의 인권투쟁이

매우 격렬했는데 문민정부 출범후에는 인권상황이 그보다 개선됐기 때문이

아닐까요.우리는 필요할 때면 언제나 주저없이 강한 비판을

해왔습니다.5,6공 청산에 관해 정부

가 역사의 평가에 맡기려 할 때 변협은 언제나 강한 목소리로 사법처리할

것을 주창해왔고 5.18 특별법.특별검사제 창설까지 주장해왔음을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93년 도입한 당직변호사제는 나름대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와

같은 법률구조사업을 새로 도입하거나 확대할 계획이 있습니까.

“당직변호사제도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조만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또 올해부터 서울에서는 소액사건에 한해 제소하기전

지방변호사회에 설치된 중재조정위에서 소액의 수수료를 받고 중재 분쟁에

나서 법원에 가지 않고 종결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가 되면 사시합격자가 1천명에 이르도록 되어 있는데

과당경쟁으로 인한 변호사 업계의 질 저하와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사시합격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변호사의 대량 배출은 많은 부작용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 너무나 명백합니다.현재 전국 개업 변호사는 3천2백명

정도인데 지금도 개업 변호사의 3분의1 정도가 사무실 유지조차 어려운

형편이에요.더구나

이런 현상은 사시합격자를 3백명까지 배출할 때의 사정입니다.이러한 우려

때문에 변협은 매년 5백명의 합격자도 과다하니 더 이상 증원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부작용 해소방안으로는 대량 배출된 변호사를 각종

행정기관과 공공단체,그리

고 기업에 취업시키는 방법을 구상중입니다.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변호사를

송사가 있을 때만 이용했고 분쟁예방을 위한 사전이용에는 대단히

인색했습니다.따라서 적은 비용으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사안을

소송까지 끌고감으로써 오히려 법률비

용이 더 지출되는 점이 있습니다.각종 기관과 기업에서 변호사가 활동하면

법치주의는 자연스럽게 실현되며 민주주의 발전에도 크게 공헌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판.검사로 재직하다 변호사로 나와도 다소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불의에 당당히 맞섰는데 최근에는 판.검사 마치고

개업해도 전망이 밝지 않아 더더욱 판.검사들이 위축된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그런 측면도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검찰이나 법원에서 신망을 받으며

충실히 일한 사람이 변호사 업계에서도 성공하는 것 같습니다.”

-부당행위를 한 변호사에 대한 징계권이 93년 3월 법무부에서 변협으로

넘어온 후 오히려 징계가 무뎌지지는 않았나요.

“그 반대입니다.각 지방변호사회에 설치된 분쟁조정위에서 진정이 들어온

변호사들의 부당사례를 철저히 조사하고 있으며 심할 경우 징계위에

회부합니다.93년 이후 징계상신이 모두 41건이나 돼 크게 증가했습니다.”

-검사출신으로 최근 크게 사기가 떨어진 젊은 후배검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말씀 하시죠.

“검사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오직 검사직에 만족해야 합니다.정치권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 지나친 출세욕은 충직한 업무수행을 막기

쉽습니다.”

-귀중한 시간을 내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김정욱 기자〉

<약력>

▶35년 함북 출생

▶57년 서울대법대 졸업.고시 9회 합격

▶광주지검.법무부 법무국.대전지검.서울지검 검사

▶72년 변호사 개업

▶82년 대한변협 사무총장

▶89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91년 국제한인변호사협회장.서울지방변호사회 법률원조사업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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