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본고사 폐지로 여대생 급증 - 대학가 女화장실.기숙사 부랴부랴 신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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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연세대 인문학부 수업은 여자대학 강의실로 착각할 만큼 여학생 일색이에요.1백명 정원에 남학생이 5명밖에 안되는 반도 있으니까요.”

연대 인문관 1학년 교양영어 강의실.1백여명의 학생이 앉아 있지만 남학생은 찾아보기 어렵다.여학생끼리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한쪽 구석 뒷자리에 기가 질린 듯 서너명의 남학생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대학입학 시험에서 본고사가 폐지된 후 일부 서울시내 대학에는 여학생이 몰려 기숙사.탈의실을 비롯한 학교시설 개조등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연대는 15일 올해 신입생에 우수 여학생이 많이 몰려 신촌캠퍼스의 경우 개교이래 가장 많은 입학정원의 34%인 1천4백30명이 입학했다고 밝혔다.3명중 1명은 여학생인 셈이다.

그중 6백13명이 정원인 인문학부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2배이상 많은 실정.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동문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까 우려할 정도다.

호수가 있어 아름다운 캠퍼스로 소문난 건국대도 여학생비율이 지난해 23%에서 올해 30%로 늘어났다.

서울대도 본고사 폐지 첫해인 올해 여학생비율이 지난해(25%)보다 2% 늘어 1천3백24명이 입학했다.

이같은 여학생 강세에 대해 학교측은 본고사 폐지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학이 약한 여학생들이 유리해졌고 복수지원에 따라 우수 여학생들이 재수를 기피,여학생이 대거 몰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여학생들이 갑자기 늘자 이들을 위한 각종 시설이 크게 부족해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백하영(白夏榮.19.연대 인문학부1)양은“여학생처가 따로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계획이 없어 휴게실은 여전히 1개뿐이고 화장실수도 그대로인데다 탈의실 하나 없다.한마디로 학내에서 마음놓고 쉴 곳이 없다”고 불평했다.

민경찬(閔庚燦)입학관리처장은“여학생이 예상못할 정도로 몰려 차질이 많다.우선 기숙사를 지을 예정이고 휴게실.화장실.탈의실등 시급한 시설부터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국대는 지방 여학생이 몰리자 올해부터 남학생기숙사 일부를 1백40명을 수용하는 여학생기숙사로 개조했으나 기존 남학생기숙사와 정면으로 마주보이고 거리가 5에 불과해 임시방편으로 내부가 들여다 보이지 않도록 남학생기숙사 창문에

가리개를 설치해야 했다. 〈김태진.고정애.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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