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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이태백 ⑧] "실력과 자신감·노력있으면 취업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휴대전화 업계 돌풍을 주도하는 팬택&큐리텔은 지난해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 예상대로 원서는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마감을 하고 보니 지원자가 3만여명이었다. 채용계획은 기껏해야 1백80여명 내외. 어떻게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가려낼 수 있을까.

▶ 팬택&큐리텔 오세진 인사부장

회사는 몇가지 채용원칙을 정했다. 그 원칙을 이태백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팬택의 오세진 인사부장을 찾았다. 물론 이 원칙은 이후 신규사원 채용시에도 적용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2003년 신입사원 채용에 합격한 지방대 출신 여성의 스토리부터 들춰보자.

그는 강원대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과목을 전공한 학생이었다. 그는 2002년 팬택의 신입사원 모집에 지원했다. 성실히 입사서류를 작성한 탓에 지방대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면접에 올랐다. 면접은 두번이다. 한번은 부장급들이 하고 마지막으로 임원들이 한번 더한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왜 지원했냐고 한 면접위원이 물었다. 그는 "팬택에 들어오기 위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휴대전화 관련 소프트웨어업계에서 일해본적은 없지만 합격한다면 최대한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너무나 판에 박힌 답이 아닌가. 면접관들은 실망했다.

만약 떨어지면 어떡하겠냐고 물었다. 한데 이번에는 좀 대담한 답변이 돌아왔다.

"떨어지면 팬택에서 가장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에 등록해 일년동안 공부한 후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 요것봐라. 좀 맹랑한 구석이 있군. 면접위원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설마 내년에 또 올려구. 면접관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그는 예상대로 미역국을 먹었다.그리고 모두 까마득히 잊었다.

한데 지난해 말 신규채용 면접장에 또 다시 그녀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작년에 얘기한대로 지난 1년 동안 휴대전화에 곧바로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학원을 다녔다. 부족하겠지만 실력도 어느 정도 쌓았다. 올해 또 떨어지면 다시 학원에 다녀 더 공부하고 오겠다. 난 이 회사외에 다른 회사에 취직할 생각이 없다. 나에게 가장 맞는것 같다."

그는 당당히 합격했고 지금 관련 부서에서 성실히 근무하고 있다.

-어떤 점을 높이 사 그를 합격시켰나요. 객관적으로 보면 명문대에 외국 석.박사도 줄줄이 있었을텐데.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높이 샀죠. 실력은 회사에 대한 애정이라는 전제조건 없이 존재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는 행동으로 팬택에 대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어떤 회사 사장이라도 그를 합격시킬겁니다."

-그 여학생 뿐인가요. 지원자 모두가 합격만 한다면 죽을 각오로 일하겠다고 할텐데.

"그 학생은 실천으로 말해줬고 또 대답 하나 하나에 왜 팬택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논리적으로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말로만 회사를 사랑한다 좋아한다고 하는 것과 다르죠."

-팬택은 로열티를 가장 중요한 채용기준으로 본다는 말인가요.

"중요하다는 거지 그게 다는 아닙니다. 나름대로 여러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우선 서류전형부터 소개해 주시죠.

"먼저 학교,전공, 학점, 관련분야 경험유무등 항목별로 점수를 부여 합니다. 물론 학교에 따라 전공에 따라 약간의 가중치를 둡니다. 그리고 이를 수치화 합니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어쩔수 없지요. 그렇다고 명문대가 지나치게 우대받고 지방대가 손해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기소개서는 꼼꼼히 봅니다. 아무리 명문대 나오고 좋은 자격증이 있어도 자기소개 대강 쓴사람은 서류전형에서 탈락입니다. 어떻게 취직을 하겠다는 사람이 자기소개서를 대강 쓸수가 있습니까. 성실성이 없다는 명확한 증거죠."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성실한건가요.

"속이지 말아야 합니다. 솔직하게 자기의 장단점을 적고 왜 팬택을 선택했는지등을 적으면 되죠. 소개서에 자신을 뻥튀기하고 면접에서 들통나면 그것 또한 탈락 0순위 입니다."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첫인상,어학능력,표정,기본적인 경제상식,긍정적사고,도전성,남의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등입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면 못생긴 사람은 어떡합니까.

"잘생기고 못생기고 문제가 아니라 밝고 자신감있고 도전적이고 상대에게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을 표정이 있느냐를 봅니다. 성형수술해서 얼굴 고쳤다고 점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경제상식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연구직이라해도 회사에 취직할 사람이 경제상식이 없다면 낙제점이죠. 영어는 필수입니다. 회사가 글러벌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분야에 관계없이 중요합니다. 영어는 외국인이 직접 면접을 보니까 피해나갈 구멍이 없지요.토론능력도 중요한 것 같아 내년 신입사원부터는 면접자 간 토론도 시켜볼 생각입니다."

-특수외국어 능력이 합격,불합격에 영향을 미치나요.

"당연하죠. 다만 절대적은 아닙니다. 특수외국어는 정해진 숫자만큼의 범위내에서 뽑습니다. 그러나 같은 조건이라면 특수외국어 능력을 갖고 있으면 유리하겠죠. 중국어,일어,스페인어,독일어는 회사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력사원들의 면접기준은 무엇인가요.

"업무적응능력과 회사에 대한 로열티,인상 등입니다."

-경력사원은 어차피 회사를 옮기는 사람들인데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상충되지 않나요.

"중소기업에서 기술을 익혀 보다 나은 기업으로 옮기는 것은 나무랄수 없겠죠. 다만 너무 자주 옮겨다니면 곤란합니다. 우리는 3번이상 옮겨다닌 경력사원에 대해서는 채용할 때 재고를 합니다."

-이태백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취업난을 탓하지 말고 자신에게 실력이 없음을 탓해야 합니다. 실력 있으면 자신감 있으면,회사에서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을 한다면 취업은 이뤄집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말 우수한 인재들이 많아 당초 예정인원보다 30-40여명을 더 뽑았다고 덧붙였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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