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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건설업] 발로 뛰는‘현장형 CEO’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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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오른쪽에서 셋째)이 싱가포르 오션프런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도면을 보며 직원들과 건축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쌍용건설 김석준(55) 회장은 “쌍용건설은 건설 분야에서 자동차 분야의 벤츠나 BMW와 같은 명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크고 작은 해외 프로젝트 현장을 수주부터 시공까지 직접 챙기기로 유명하다. 추석과 설 명절엔 어김없이 해외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보낸다. 83년 쌍용건설의 CEO가 된 이후 25년간 한 해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 회장은 “발주처에 공사 책임자의 의지를 보여주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해외 현장을 자주 찾는다”며 “내년 설에도 인도 고속도로 현장에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쌍용건설의 해외건설 실적이 좋다.

“쌍용건설은 해외 고급 건축물 분야에서 전 세계 5위권 내의 실적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실력을 갖추니까 공사 기회가 많아졌다. 그동안 땀 흘린 해외 현장의 발주처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은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이 7000억원가량이었는데 1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발로 뛰는 ‘현장형 CEO’로 유명한데.

“건설업의 자산은 사람이다.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직원들을 나무라기보다는 같이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찾아 왔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다 보면 문제가 풀리고 동질감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해외 현장을 자주 찾는 이유가 있나.

“80년대에는 6~7년 동안 집에 한 번도 오지 못하고 해외 현장에서 고생하는 직원이 많았다. 86년 추석에는 3개국 10개 현장을 방문해 72시간의 출장기간 중 직원들과 차례를 여덟 번 지내기도 했다. 지금도 매달 싱가포르 현장에서 열리는 공정회의에 직접 참석한다. 다른 회사 같으면 건축본부장급이 갈 회의지만 발주처에 믿음을 주기 위해 직접 간다.”

-유가 하락으로 해외수주 전망이 밝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산유국들이 발주하는 대형 플랜트 공사는 줄어들 수 있지만 고급 건축물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는 발주 물량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주택부문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선으로 다른 대형업체들에 비해 작다.

“국내에서는 플랜트·토목·건축 등 분야별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 있고, 특히 해외부문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99~2004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거치면서 서울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당분간 실물경기가 호전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내년에도 주택사업은 보수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대신 쌍용건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리모델링 분야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했지만 인수합병(M&A) 문제가 남아 있다.

“5년8개월 동안의 워크아웃 기간 동안 정말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M&A 문제가 매듭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경영자나 직원 모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직원들은 쌍용건설이 일종의 종업원 지주회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

-요즘 건설업계가 어렵다. 20여 년간 건설업체 CEO를 한 입장에서 해법을 제시한다면.

“경기를 타지 않는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쌍용건설은 대형 고급 건축물 분야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 오너나 경영자는 회사를 더욱 투명하게 경영해야 한다. 쌍용건설의 경우 회장 친인척이 단 한 명도 회사에 없다. 20여 년간 협력업체 선정과 관련해 압력을 넣은 경우가 전혀 없다. 어려운 때일수록 전 임직원이 똘똘 뭉쳐야 하는데 그건 회사 경영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만난 사람=최영진 중앙일보조인스랜드 대표, 정리=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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