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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동 교수의 '세계 경제의 핵 화교' ⑧] 중국 속의 화교 국가, 홍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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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들은 화교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뭉쳤다. 그렇다고 화교들이 한결 같은 것은 아니다. 한날 난 손가락도 길고 짧은 것이 있듯이 화교들도 각각 고유의 특색이 있다. 특히 지역에 따라 그 특색이 다르다. 한 민족, 한 나라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각 지방에 따라 언어적, 문화적 차이가 나타나는데, 전 세계에 퍼져있는 화교들이 각각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화교의 현지화가 활발해지면서 화교들은 고유의 ‘중국적’ 문화를 가짐과 동시에 현지 환경에 적응하며 각각의 개성을 만들었다.

화교들에게 가장 중심이 되는 지역은 어딜까? 물론 화교의 고향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인으로서의 중심이고, 실질적인 활동 무대로서의 중심은 홍콩이다. 홍콩이 바로 중국인데 중국에 있는 중국인은 화교가 아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특별자치구로서 홍콩은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아닌 곳이었다. 이는 화교들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했다. 인구의 97%가 중국계인 홍콩은 다른 지역같이 현지인들과의 갈등이나 인종, 정치, 경제적인 차별 없이 오히려 바로 곁에 있는 중국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전지대였다. 또한 영국자치령이었던 홍콩은 영국계 기업을 비롯해 유럽기업, 미국기업 등 서방 자본을 보유하고 있었다. 연간 10%가 넘는 경제성장을 보이는 중국에 투자하기 위해 홍콩처럼 안성맞춤인 곳은 없었다.

화교들은 홍콩의 이러한 이점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홍콩은 중국의 땅이었으나 아편전쟁을 통해 영국이 오랜 기간 식민지로 관리해오던 곳이다. 다시 중국의 땅으로 돌아온 지금 홍콩의 경제는 영국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것도 아니었다. 홍콩의 경제는 바로 화교의 경제다. 이들은 주변 국가들의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화교자본을 축적했다.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한국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미국 등의 정세가 어지러운 가운데 홍콩은 제조업을 발달시켰다. 1979년 후반 중국이 선전, 주하이(珠海), 산터우(汕頭), 샤먼(廈門)에 경제특구를 설치하면서 중국에 대한 투자로 본격적으로 성장한다.

화교들이 성장하기 전부터 홍콩에 터전을 잡았던 영국계 기업이나, 미국, 일본 등의 외국계 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은 화교기업이다. 또한 동남아시아의 기업도 홍콩으로 진출했다. 리카싱(李嘉誠)의 허치슨왐포아(Hutchison Whampoa)와 청콩홀딩스(Cheung Kong Holdings)는 홍콩의 대표적인 화교기업이다. 궈허녠(郭鶴年)의 샹그리라 그룹(Shangri-la Group)은 말레이시아에서 홍콩으로 진출한 기업이다.

글=박정동 인천대 중국학연구소장

동남아시아의 화교, 태국·싱가포르

‘한 그루 야자나무 밑에 세 명의 화교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야자나무, 바로 동남아시아를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화교의 약 80%가 동남아시아에 살고 있다 해도, 실제로 현지인과의 비율로 따졌을 때 6%에 불과한 화교를 두고 이같이 표현하기엔 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화교들이 동남아시아 사회, 경제에 발휘하는 영향력을 생각해 본다면 이 말은 과장은커녕, 겸손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태국 방콕의 왓 프라케오 사원. 태국의 화교들은 태국인의 95%가 믿는 불교를 수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현지 사회에 동화되었으나 최근에는 재중국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태국은 화교의 역사가 긴 나라다.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 송(宋)나라 시대에 화교들이 태국에서 활동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중국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태국은 중국에 많은 영향을 받아 중국인인 화교들이 태국 사회에 동화되는데 어려움이 적었다. 또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인 혼란을 겪지 않아 화교들이 살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현재 약 700만 명의 화교들이 태국에 거주한다. 화교는 태국인구의 약 14%를 차지한다. 태국 화교는 역사가 길었던 만큼 현지 사회와의 동화도 쉽게 이루어졌다. 그들은 태국어를 배우고, 태국식으로 이름을 고쳤으며, 태국인의 95%가 믿고 있는 불교를 수용했고 태국 왕족에게 순종적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아무리 현지화가 이루어졌을지언정 그들의 바탕은 중국이다. 오늘날 태국 화교들은 태국 상업, 제조업 자본의 90%를 차지하고 왕실재산관리국 소유 기업을 제외한 모든 상위기업이 화교 기업이다. 태국 화교들의 재중국화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문화를 배우고, 또한 화교 기업인들은 중국 투자를 통해 대륙과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글=박정동 인천대 중국학연구소장 / 이승훈 연구원(www.uic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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