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44.한국의 수묵화-실경산수의 대가 이상범과 변관식(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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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소정 변관식(1899~1976).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스승에게 배우고 실경산수라는 같은 길을 걸었던 두 대가.이렇게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뚜렷이 다른 개성으로 한국화단을 이끌었던 두 사람.

한국을 대표하는 실경산수 작가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던 이 두 사람은 사후(死後)에도 여전히 비교되고 있다.지난 85년에는'청전과 소정전'이라는 이름으로 갤러리현대와 동산방화랑에서 나란히 유작전이 열릴 정도.

이들 두사람을 함께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무엇이고 또 다른 점은 무엇일까.

먼저 둘의 공통점은 우리 산과 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관념산수가 주류를 이루고 있을때 우리 산야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실경산수화를 개척했다.또 시기적으로도 50년대를 거쳐 60년대에

이르러서 독자적인 자신의 양식을 확립했다는 것도 같다.

하지만 청전이 소박한 야산과 고즈넉한 들녘을 배경으로 한 정감어린 실경산수를 추구했다면 소정은 이보다 금강산처럼 변화가 많은 장엄한 산세를 즐겨 그렸다는 점이 다르다.필법면에서도 청전은 잘게 끊어지는 경쾌한 필법을 구사한데 비해

소정은 옅은 먹에서 점차 진한 먹으로 덮쳐가는 적묵법(積墨法)으로 산세의 입체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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