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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무역회사 (주)MGI 의 경영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무역회사인 부산의 ㈜MGI는 사원이 없다.

위탁무역을 하는 이 회사 대표 전성권(全晟權.48)씨가 종업원이자 사장이다.

사무실도 지난해 4월1일 그가 시작한 부산시동래구복천동 현대아파트단지안의 LG슈퍼마켓에 있다.

슈퍼마켓이 무역회사 사무실까지 겸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의 종합무역상사에서 13년간 해외영업을 뛰다 중소업체 임원으로 6년간 근무한 그는 지난해 2월'상무'자리를 박차고 홀로서기에 도전,5개월뒤인 7월 컴퓨터 한대와 팩시밀리만 가진 무역회사를 설립,'초라한 사장님'이 됐다.

화려한 경력을 거친 직장생활 19년을 마감한 그의 재산은 27평형 아파트 한채와 현금 3백50여만원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아파트를 팔아 전세로 옮기고 은행대출금 1억5천여만원을 보태 2억원대의 슈퍼마켓(50평)을 열었다.

따라서 全씨의 공식직함은'수퍼마켓 아저씨'.

“'상무님'으로 대접받다 하루 아침에'아저씨'로 변한 내 자신을 확인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더군요.”

“홀로서기의 첫번째 고통은 맥주 한두병까지 배달시키는 젊은'사모님'들의 전화를 받을 때였는데 이때는 정말 알 수 없는 울화가 치밀더라”고 덧붙인다.

“'하필 슈퍼마켓이냐'며'당장 때려 치우고 회사 대표로 출근하라'는 선배의 권유를 받고 처음 몇달간은 방황도 했다”고 한다.

흔들리는 그를 바로잡아 준 것은 무역회사 해외영업 시절 사귄 중국.인도네시아.대만의 친구들.해외친구들이'슈퍼 맨'이란 별명과 함께“일터를 존중하라”는 의미를 담은'경업(敬業)'이란 격려문까지 보내 줘 홀로서기를 도왔다.

ROTC(12기)장교 시절,지옥훈련을 받던 일을 떠올리며 쉬는 날없이 매일 오전8시30분부터 밤12시30분까지 하루 16시간동안 매달린 끝에 슈퍼마켓은 두세달만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생활터전을 잡은 그가 3개월뒤 해외무역업에 손을 댄 것이다.

무역업무를 보는 시간은 낮12시부터 오후3시까지 3시간.

이때는 슈퍼마켓을 부인에게 맡기고 거래처인 가죽제품 생산공장등을 둘러 본다.

틈틈이 인터넷을 통해'돈'될만한 물품을 검색하는 것도 중요 일과.

全씨는“대기업에서 근무한 간부들은 퇴직후'옛날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부산〓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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