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 아파트 잇따라 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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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에 있는 현직 경찰서장 두 명의 자택과 관사가 잇따라 도둑을 맞았다.

14일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쯤 경기도 A경찰서장의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S아파트 5층 자택에 2인조 절도범이 침입해 현금 40여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A서장은 올 3월 부임해 의정부경찰서 부근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분당 자택에는 대학생 아들이 가끔 다녀가는 정도로 거의 비어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 서장은 “경찰에 신고한 도난품(현금 40만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날 밤에는 A서장의 S아파트에서 2㎞ 떨어진 B경찰서장의 관사인 야탑동 K아파트 11층에도 도둑이 침입했다.

분당서 관계자는 “도둑 침입 흔적만 있었을 뿐 도난품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서장은 “원래 분당 집이 있기 때문에 관사는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4일에는 두 서장의 자택과 관사뿐 아니라 야탑동의 또 다른 S아파트와 D아파트 2곳도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S, D아파트에선 현금과 귀금속 등 300만원 상당의 금품이 도난당했다고 신고됐다. 야탑동 반경 1.5~2㎞ 안에 있는 네 곳의 아파트는 범행 당시 모두 집이 비어 있었다고 한다.

수사 관계자는 “네 곳의 절도범들은 빈집털이 동일범으로 보인다”며 “조사 결과 엘리베이터 대신 아파트 계단으로 이동하면서 빈집 여부를 확인한 뒤 철제 공구를 이용해 현관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침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서장 집·관사를 처음부터 노린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사전답사를 한 뒤 범행 당일 초인종을 누른 뒤 응답이 없으면 범행에 들어간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아파트 현관과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TV)를 통해 1m70~1m75㎝의 키에 모자가 달린 점퍼를 입은 범인들의 모습을 확보했다.

수사 관계자는 “범인들이 손으로 얼굴을 가려 CCTV로는 신원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동일 전과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집중적인 방범활동과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으나 열흘이 지나도록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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