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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제회생에 온국민이 나서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좌절감과 무력감은 자칫하면 우리나라를 다시 3류국가로 끌어내릴 위기를 배태(胚胎)하고 있다.이런 국가적 위기의 도래(到來)를 막는데는 정부와 여당의 대대적인 인사개편이나 정치권의 분위기 쇄신만으로는 부족

하다.오직 온 국민이 심기일전,더 일하고 덜 쓰면서 미래를 개척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만이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오늘의 난국이 초래된 원인을 좁은 눈으로 보면 노동법 개정 파문과 한보사태로 인한 실망과 분노로 국한시킬 수 있다.그러나 좀 더 넓은 눈으로 보면 지속적인 경제위기와 그것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쉽게 보이지 않는데서 느끼는

자신감의 상실,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날치기에서 분노하고 한보사태에서 좌절과 의욕상실을 겪는 것은 불가피하다.외채 1천억달러 돌파,올들어 두달간의 무역적자가 벌써 55억달러라는 경제추락도 절망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처럼 상황이 어렵다고 주저앉고 만다면 우리는 더 가혹한 시련과 패배를 맛볼 수밖에 없다.여기서 온 국민이 다시 한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느냐,아니면 절망과 탄식속에 주저앉아 버릴 것이냐,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제살리기의 국민적 분위기만 형성한다면 절망의 벽처럼 느껴지는 외부의 악조건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지금 경제위기의 핵심인 국제수지적자도 우리 각자가 자기생활에서 하기에 따라 극복의 길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과소비. 사치품 선호.무분별한 해외여행… 이런 걱정하는 소리만 나오지 않게 하더라도 국제수지 개선효과는 어느정도 달성될 것이다.

또 벌써 일부 기업에서는 불황을 이기고 회사를 살리자는 자구(自救)노력도 나오고 있다.노사간에 임금동결 합의가 나오고,무파업(無罷業)선언도 나오고 있다.근무시간 연장,휴일근무의 자발적 사례도 나타난다.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이런 일들이 모이고 쌓여 큰 흐름을 이룬다면 우리는 난국 극복을 못할리 없다.

문제는 국민 모두가 경제를 살리자는 마음을 갖고 실천하는 자세다.지금처럼 도전이 있어도 응전이 없고 상황 악화를 그대로 방치하는 무기력.무의욕이 가장 경계해야 할 우리의 적(敵)이다.

우리 모두가 경제회생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과거에 듣던'악바리'라는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도록 뛰어야 한다.남들이 경쟁적으로 21세기를 준비하는데 우리만 20세기의 달력 속에 낙오할 수는 없다.

경제회생(回生)을 위해서는 물론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그러나 그런 정부의 노력도 국민적 뒷받침과 호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야 힘이 붙고 열매를 거둘 수 있다.우리 모두가 먼저 자신감을 회복하자.그리고 경제살리기의 국민적 분위

기를 형성하는데 모두 나서자.우리의 저력과 경험을 되살려 내자.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우리 마음 속에 도사린 냉소주의를 씻어내고'다시 해보자'는 도전의식을 기르면 된다.더 일하고, 더 절약하는 정신과 상생(相生).공조(共助)의 미덕을 다시 일깨우면 되는 것이다.따지고 보면 나

자신부터 실천하는 조그마한 일이 결국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하는 큰 힘이 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모든 국민이 경제살리기에 나서기를 거듭 촉구한다.

더이상 무력감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우리에겐 과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낸'하면 된다'는 정신이 있고,1,2차 석유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도 있다.정치적 격변을 국가발전의 기회로 승화시킨 저력도 있다.온 국민이 힘을

합쳐 이런 저력과 경험과 정신을 되살린다면 오늘의 난국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우리 스스로 패배주의를 걷어차고 자신감을 되찾는 것,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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