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0년 배구해설 오관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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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68년 2월.TBC배 고교배구대회에서 처음 해설을 맡은 이래 30년간 한 우물을 파온 배구계의 산 증인 오관영 (58.KBS배구해설위원.사진)씨. 당시 균명고(현 환일고)체육교사였던 29세의 새파란 젊은이가 이제 환갑을 앞둔 중늙은이

가 됐다.스포츠에서 해설을 30년이나 한 사람은 그밖에 없다.

-이번 슈퍼리그는 유난히 길어 방송하기 힘들었을텐데요.

“84년 대통령배(현 슈퍼리그)가 생기기 전에는 중계방송이 1년에 2~3차례 밖에 없었어요.84년부터 2개월이 넘는 장기 레이스를 시작,본격적인 해설을 하게 됐는데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었습니다.특히 결승전때는 여자부가 매게임 풀세

트 접전을 벌이는 바람에 하루에 5~6시간씩 해설하느라 애먹었습니다.해설은 혼자 하기 때문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어요.”

-배구해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경희대 체육대학원을 다닐때 당시 TBC의 김재길 PD가 함께 다녔습니다.전공이 배구라고 하니까(오위원은 인창고 시절 9인제 배구를 했다) 라디오 해설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해서 겁도 없이 하게 됐습니다.”

-30년 동안 해설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91년 일본 나고야 월드컵때 독일과의 남자팀 경기입니다.5세트에서 14-11로 뒤진 상태에서 기적과 같이 한국이 연속 5득점,16-14로 대 역전승을 거두고 바르셀로나올림픽 티켓을 획득했습니다.랠리포인트에서,더구나 남자경기인데 1

4-11에서 뒤집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또 하나는 30년 동안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해설을 한 애틀랜타올림픽입니다.비치발리볼까지 17일 동안 40게임 가까운 경기를 해설하는 강행군을 했습니다.”

-해설하기 힘든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까.

“비교적 단조로운 배구를 4~5시간씩 해설한다는건 쉽지 않습니다.요즘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다보니 경기위주 해설은 안되죠.”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말까지만 해설을 하고 30년 해설생활을 마칠까 합니다.너무 오래 했고 시청자들이 혹시 식상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좋은 후배들도 많고요.”

인창고-경희대 체육학과-경희대 체육대학원 출신인 오위원은 대한배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균명고 체육교사 시절 함께 근무했던 하일성 KBS야구해설위원을 방송국에 소개해준 인연도 있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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